[미션톡]JMS 여파 종교 불신으로 이어진 현실…기독교에 주어진 숙제

입력 2023-03-23 14:40 수정 2023-03-23 17:24
교회 거부 이미지. 국민일보DB

“신천지에 더해 JMS까지…. 교회라면 보기도 싫다”, “교회는 이단과 선을 긋는데 서로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방영되며 이단·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드러난 가운데 관련 기사 등에 달린 사람들의 반응 중 하나입니다.

한국교회는 최근 3년여간 그동안 끊임없이 한국교회를 괴롭혀온 두 이단 종교 단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엔 신천지가, 올해는 ‘나는 신이다’를 통해 기독교복음선교회(JMS)가 각각 조직의 실체와 교리 등의 문제점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종교를 앞세운 이들 단체의 불법 정황은 언론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고, 수많은 사람의 비난과 경계심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를 두고 교계의 혹자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 시원하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현실이 한국교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갤럽이 2021년 전국의 만 19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비종교인의 61%가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또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40%로, 2014년 50%와 비교했을 때 약 1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단·사이비 종교에 대한 피로감이 종교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가 2013년에 만든 캠퍼스 내 종교 전도 거부를 위한 '전도퇴치카드' 시안. 국민일보DB

비신앙인 중에는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고 설파하는 이단과 정통교회의 다르지만 같아 보이는 이 외침을 두고 두 집단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흔히 한국교회 신자들은 이단을 정통교회와 같은 개신교라 보지 않고 명확히 구분하며 올바른 구원관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및 비 개신교인 남녀 각각 1000명씩 온라인 조사해 지난 1월 발표한 ‘2022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및 비 개신교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4명 중 1명(25%)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흔히 ‘가나안 성도’라 부르며 신앙은 있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 이들로 확대하면 같은 질문에 10명 중 6명(62%)이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봤습니다.

앞선 두 통계에서 보듯 한국교회는 이단 종교가 받는 공격에 안심하기보다는 이제 이단 종교와 정통교회가 무엇이 다른지, 또 왜 교회에 나오고 신앙을 갖는 것이 필요한지를 사회에 답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는 “성경 속 초대교회의 경우 공공선을 이루는 공동체였기에 믿지 않는 이들도 교회를 존중했고, 열린 마음으로 교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교회도 전도의 열매나 교회의 이익을 먼저 따지기보다는 앞장서서 희생과 섬김에 애쓰며 진정으로 사회를 섬기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이단도 자기들에게만 구원이 있다고 외치지만 결국은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가”라며 “그럴수록 점점 정통교회는 교리뿐 아니라 삶 속에서 그 정통을 보여주는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한국교회가 이단과 달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덕이 되고, 선을 이루는 공동체임을 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교회가 사회에 왜 이단·사이비 종교와 다른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단·사이비의 해악을 외치는 한국교회의 목소리는 그저 집안싸움,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