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게임 ‘배틀그라운드’, 혹한기에도 e스포츠 지속 가능성 찾는다

입력 2023-03-23 07:05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PUBG: 배틀그라운드’를 정식 출시하고 지금까지 글로벌 e스포츠 대회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지만 그간 토종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e스포츠 대회를 구축한 적이 없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책임 의식을 등에 지고 개척자의 입장에서 e스포츠 대회에 대단히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올해 펍지 e스포츠도 오프라인 중심의 대회로 재편했다. 국내에선 ‘펍지 레벨업 쇼다운’을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 ‘펍지 위클리 시리즈: 코리아’ 등의 대회가 열린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 게 눈에 띈다.

중국, 유럽, 북미 등에서도 지역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여기에서 상위권에 오른 팀은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에 출전하고, 연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른 팀은 최고 권위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에 참가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수년 동안 권역별 대회가 중심이었던 것 대비, 올해부터는 지역 대회 상위권 팀이 여러 차례 세계 대회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별 대표팀이 격돌하는 ‘펍지 네이션스 컵’도 준비돼있다.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개최지로 거론된다.

이달 초 취재진과 만난 김우진 크래프톤 한국 e스포츠 팀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김우진 크래프톤 한국 e스포츠 팀장은 “코로나19이 확산했을 땐 선수들이 모일 수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베이스로 대륙과 지역을 기준으로 묶어서 대회를 진행했는데, 이제 오프라인 대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면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글로벌 팬덤도 있지만 지역 팬덤도 분명 존재한다. 두 가지를 어떻게 다 충족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베이스가 돼 지금의 대회 폼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월 ‘글로벌 파트너 팀’을 공개하며 새삼 주목을 받았다. 올해 처음 시작한 파트너 팀 제도는 지속가능한 e스포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는 게 대회 주최측 설명이다. 글로벌 파트너 팀들은 ‘팀 브랜디드 아이템’ 지원과 ‘PGS 슬롯 보장’ 혜택을 받는다. 팀 브랜디드 아이템은 해당 팀의 엠블럼과 색상 등을 활용한 복장과 무기 스킨 등 인게임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 일부를 팀에게 주는 제도다.

글로벌 파트너 팀은 매년 전 세계 52개국의 250여 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팀을 대상으로 지원서를 접수받아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올해엔 유럽, 중국, 북미 등 8개 팀이 선정됐다. 국내 팀으로는 젠지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파트너 팀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평가 위원회가 약 한 달간 조직 구조, 팬덤, 역사 3가지 항목을 심사해 선정한다.

지난해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펍지 네이션스 컵(PNC)’ 행사장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 사진은 부스 체험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팬들의 모습. 크래프톤 제공

김 팀장은 “운영 지속성에 있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임단이 많기도 하고 계속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되기 때문”이라고 글로벌 파트너 제도 시행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회를 개최하고 글로벌 대회로 구조를 짜고 상금을 걸고 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제시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 해왔는데, 이번에 그런 부분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첨언했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e스포츠 대회도 혹한기를 맞았다. 크래프톤은 지금까지 키워온 e스포츠 대회의 파이를 잘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김 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산업적인 파이가 커져 왔는데 지금은 이것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e스포츠 사업을 축소하기 보다는 기존의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 사업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모델, 가령 중계권이나 스폰서십 등의 방법을 더 열심히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