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도초교 ‘공립화’ 설문조사 논란…반대 호소문이네

입력 2023-03-22 16:25 수정 2023-03-23 07:02
여도초교 전경

전남 여수국가산단 소재 대기업들이 출연해 설립한 여도학원이 연일 시끄럽다.

여도학원의 공립화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자 여도초등학교가 공립화 반대의 호소문 성격을 가진 통지문을 설문조사 양식으로 학부모들에게 보내면서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여도초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여도초교는 최근 교장 명의로 ‘학교법인 여도학원 법인해산 및 기부채납(공립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의 통지문을 학부모들에게 발송했다.

해당 통지문에는 ‘현행 유지’와 ‘공립 전환’의 의견을 구하는 설문조사 형식을 띄고 있지만 내용은 공립화에 반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학교장 명의로 발송된 통지문에는 “일부 출연회사에서 기부채납을 요구하며 여도학원의 명예 실추와 공립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가 기부채납돼 공립화가 된다면 현재 여도학원의 선진프로그램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차별화된 교육을 희망하는 학부모님은 소위 교육 선진지로 이동할 것이므로 지역소멸을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도학원이 존속해 이 지역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며 학부모들에게 공립화 반대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학교법인 여도학원은 1980년 여수산단 9개 기업의 출연을 받아 설립됐다. 여도초교는 출연회사에 재직하는 사원의 자녀를 우선 입학시키고 있어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도학원은 전체 예산 중 산단 출연금 비율은 17% 가량으로 나머지는 국비와 지자체에서 나온 혈세로 채워져 있다. 더욱이 출연금 90% 가량은 교직원들의 4대 보험과 연구수당, 자녀학자금, 해외연수비 등 복리후생비와 법인 운영비로 집행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으로 볼 수 있는 보조 교직원 인건비는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정 대부분이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도학원은 현재 여수산단 대기업 자녀들이 우선 입학하는데 따라 학교 인근지역 학생들은 위험천만한 원거리 통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공립화 요구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도학원 재단이사회는 5월 10일 이사회 투표를 통해 공립화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수산단 입주업체로 구성된 이사 15명 가운데 10명이 찬성하면 법인 해산 절차를 거친 뒤 전남도교육청 심의와 인가 절차를 거쳐 공립화 여부가 결정된다.

여수산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입주 업체들이 공립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출연금을 모아서 사회 공헌 활동에 쓰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도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교 관계자가 직원들에게 폭언과 고성 등의 갑질과 성추행 행각이 들통나 해임조치 되는 등 갑질 의혹이 연이어 제기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