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간 이식 받은 원숭이, 35일 생존… 국내 연구팀, 美 기록 깼다

입력 2023-03-22 11:22
기사와 무관. 국민일보DB

국내 연구팀이 이종 간이식 최장 기록을 보유한 미국의 기록을 깼다. 돼지 간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35일 생존하며 간 이식 환자의 이종 장기 임상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제넨바이오 김성주 연구팀이 기존에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이종 간이식 최장 생존기록인 29일을 뛰어넘어 35일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영장류를 선택해 돼지의 간을 이식했다. 이때 돼지의 경우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의 간을 대상으로 했다.

원숭이의 간의 70%를 절제한 뒤 왼쪽 부분에 돼지 간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졌다. 진흥원은 “기존 영장류 간의 30%를 지원받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장기간 면역반응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넨바이오 영장류 비임상시험센터 수술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실험이 이뤄진 13개체 중 3개체는 20일 이상 생존했고, 직전 세계 기록인 29일에 도달한 경우도 2개체(35일, 29일) 있었다. 연구를 수행한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그동안 전 세계 연구진들은 이종이식 중에서도 간이식을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로 생각해왔다”며 “돼지 간 이식 후 발생하는 혈액 응고 장애 때문인데, 이번 과제를 통해 이종 간 이식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수술 환경과 회복을 위한 집중관리 환경 또한 중요한데, 약 900마리 영장류 수용이 가능한 제넨바이오의 민간 영장류 시설 시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