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 출신, 10년 이상 오래 산다” 英연구…한국은

입력 2023-03-22 00:05

부유한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이 그렇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10년 이상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인 더타임스에 따르면 29개 보건 싱크탱크 연합체인 ‘헬스이퀄스’는 통계 당국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 650개 선거구의 기대수명을 분석했다. 기대수명은 당장 태어나는 아기가 살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수명으로 그 지역의 보건·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헬스이퀄스 분석 결과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은 기대수명에 뚜렷한 격차가 있었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선거구 20곳 가운데 15곳은 부촌이 많은 런던과 영국 남동부 지역에 있었다. 반면 기대수명이 가장 짧은 20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등 빈곤한 지역이었다.

한 예로 런던의 부촌 헴프스테드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88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아기는 그보다 12년 적은 76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됐다.

사는 지역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가장 잘사는 부촌과 가장 못사는 빈촌 사이 기대수명 격차는 최근 20년 사이 2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이퀄스는 아기가 나고 자란 지역이 개인의 행동 또는 유전요인보다도 미래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격차는 영국의 무상의료인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부담을 늘리면서 노동력을 이탈시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부실한 주거, 기대 미만의 교육, 그리고 빈곤으로 인해 수백만명의 수명이 10년씩 단축된다”고 꼬집었다.

윤석준 교수가 2022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 ‘제2차 미래 건강전략 포럼’에서 지역별 건강수명 격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유튜브 캡처

한국에서도 유사한 분석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로 열린 ‘제2차 미래 건강전략 포럼’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지역별 건강수명 격차는 5.9세로 나타났다.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원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뺀 나머지 수명을 가리킨다.

윤 교수는 당시 포럼에서 “2018년 전국 평균 건강 수명이 70.43세였는데 건강수명이 평균보다 긴 시군구는 84곳인 반면 평균보다 짧은 곳은 166곳에 달했다”면서 “주로 서울과 수도권의 건강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낮은 지역 내에서 소득별 격차는 더 크다는 통계 분석도 있다. 통계청은 2019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서 “농촌 등 저소득층의 기대 수명이 낮은데, 그럴수록 소득 5분위별 기대수명 격차는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