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면 왠지 손해 볼 것’만 같은 요즘 세상에 착하게 사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주용태(67) 목사가 이달 초 내놓은 책 ‘착하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에서다.
주저자가 목사인 여느 기독교 서적과 달리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에 가깝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 구절 한번 나오지 않는다. 비신자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20일 경기 오산시 임마누엘장로교회에서 만난 주 목사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착하게 사는 건 유리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종교를 뛰어넘어 선한 사람의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목차를 훑어보면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라’ ‘침묵은 금이 아니다. 할 말을 하라’ ‘품격있게 거절하는 법’ 등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제목은 ‘착함’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주 목사가 정의한 ‘착함’은 무엇일까. ‘이기적 이타주의’다. 좋은 뜻 같기도, 나쁜 뜻 같기도 한 이 말은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기적 이타주의’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마태복음 22장 39절에도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이타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착하게 살기 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내놨다. ‘착함’에 대한 오해다.
그는 “착함이라고 무조건 멍청한 게 아니다. 착하면서도 단호해야 한다”면서 “착하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분별력 없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착함과 단호함은 양립할 수 없는 단어라 생각하는 것과 달리 “착함과 단호함은 양립해야 하는 단어”라는 게 주 목사의 얘기다.
주 목사는 최근 ‘1인 가구’ ‘혼밥’ ‘혼술’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극단적 개인주의로 치닫는 사회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야 해요. ‘네가 있어 내가 있다.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이론이죠.”
임마누엘장로교회는 올해 특별한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선한 사람 세상 만들기 장학기금 마련 운동’이다. 주 목사는 인세 전액을 장학기금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자금을 기초로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선한 일을 한 사람을 선정해 격려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인간의 죄성은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어도 착하게 살다 보면 죄악은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오산=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