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77) 씨의 성범죄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정씨측이 요청한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파행을 빚었다. 검찰은 피고인측이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대전지법 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21일 준강간·준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고인측에서 요청한 증인 5명이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청했던 것보다 적은 수의 증인을 신문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측은 “오전에 회의를 했는데 이런 식의 증인신문은 크게 의미 없다고 판단해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변호인들은 지난 공판에서 총 22명의 증인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증인의 수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관련 내용을 진술서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들의 진술을 모두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검증도 필요하다며 증인채택과 현장검증을 재판부에 재차 요청했다.
한 변호인은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목격자가 바로 옆에 있었다고 하니 반드시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1~2명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적어도 10~15명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측에서 신청한 증인 대부분이 진술 조서 형태로 조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이미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2명 중 16명은 진술 조서 형태로 이미 조사했다. 진술서 말미에 추가로 할 말이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도 했다”며 “특히 참고인 중에는 성명 불상인 사람도 있는데 누구를 부를지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피해자들이 해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수차례 설명했음에도 이처럼 대응하는 것은 피고인측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지연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 피해자인 홍콩 국적 A씨(29)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증인을 출석시키는 게 재판장의 역할”이라면서도 “다음달 피해자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어서 구속 기간에 피고인 측 증인의 주장을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 위치한 수련원 등에서 A씨를 17차례에 걸쳐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호주 국적의 30대 여신도를 강제 추행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정 씨측이 피해자들에게 제기한 무고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