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일본 재무성 공무원들이 5년 만에 운동장에서 만난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던 축구동호회 간 친선 경기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개되면서다.
양국 재무부처 공무원들의 축구 경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2000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가며 경기가 열렸는데, 2018년 평창올림픽 때가 마지막이었다.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친선 경기를 열 수 없었다.
기재부 축구동호회는 일본 재무성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17승 5무 12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마지막 2018년 경기 때는 첫 번째 경기에서 4대4로 비기고, 두 번째 경기에서 0대1로 졌다. 2011년 동일본 지진, 2015년 메르스를 제외하고는 2018년까지 경기가 매년 열렸다. 5년 만에 열리게 될 경기는 일본 측에서 일정과 장소를 조율하고 있다.
양국 공무원들의 ‘우정’은 나빠진 한·일 관계에도 굳건했다. 일본 재무성 측은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던 기재부 공무원의 부고 소식에 조의를 표하고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비공식적이고 소프트한 교류부터 재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공무원들끼리 교류를 하는 것만 해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재무장관 회의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 당국 수장이 참석해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재무장관 회의는 2016년 이후 중단됐다. 2016년 8월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양국 재무부처 간부들이 모이는 정책 협의체도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