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두고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학폭 가해자인 박연진에 빗댔다.
유 전 이사장은 20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590페이지 중에서 70쪽을 제외하면 전체가 노무현 대통령 관련 내용이다. 부제가 진짜 제목이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며 “반대로 해석하면 ‘나는 노무현을 안 죽였다’ 자신이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한다. 노무현을 죽인 건 누구냐고 물으며 ‘진보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 이런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고록은) 박연진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등을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르는 척해서 걔가 죽은 거야’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차원에서 서적에 대한 입장문을 낸 것과 관련해 “정세균 이사장, 이해찬, 한명숙, 이병환 전 이사장들이 모여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그 회의를 통해 입장문 냈다”며 “이 사안 자체가 중대한 사안 아니다.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 대응하면 충분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무현재단은 입장문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다는 고가의 시계와 박연차 회장에게 받았다는 140만 달러,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모은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이) 자기가 한 모든 이야기가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희 재단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거 3가지 정도 가볍게 정리했고, 나머지는 사실인지 다툴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인규) 본인은 변호사 정체성이 없어 보인다. 책 제목부터 나는 검사였다. 14년 전 중수부장 물러날 때의 이인규 검사의 정체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근데 노 대통령 서거로 그게 파괴되고 빼앗긴 것이다. 부당하게 빼앗긴 글로리를 되찾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수사를 총지휘했기 때문에 그때 알게 됐던 여러 사실을 다 동원해 실제로 노무현은 죄가 있고 변호인은 무능했고 노무현과 한편이었던 진보언론은 등을 돌렸고 죽으라고 부추겼고 그래서 죽었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은 “권력은 이인규씨가 휘둘렀고 노 대통령은 자신의 글로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마감하셨다”며 “일시적으로 그 시기에 마찰이 있었던 것인데 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지금 이 책을 낸 거 아닌가. 그래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고 한 인간으로서 좀 안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에서 이 전 부장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유 전 이사장은 “형사법으로 하게 되면 윤석열 한동훈 검찰에 이것을 갖다줘야 한다”며 “법무장관, 대통령부터 이인규씨와 비슷한 분들이 싹 다 있는 검찰에 뭐하러 갖다주겠나”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