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성별 부여하면 더 애착 느낀다”

입력 2023-03-20 15:11 수정 2023-03-20 15:49

로봇에 성별을 부여하면 사용자가 더 애착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험사회심리학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기술에 성별을 부여하면 사람들이 기술에 더 애착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진은 아마존에 올라온 6개 로봇청소기의 리뷰를 분석한 결과, 청소기를 ‘그’ 또는 ‘그녀’라고 지칭한 사용자가 청소기에 더 애착을 갖고 높은 평점을 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로봇청소기 소유자에게 로봇청소기에 얼마나 애착을 느끼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 실험에서도 청소기에 성별을 부여한 사용자가 청소기를 더 인간적 존재로 여기고 애착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연구진은 가상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제공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참가자들에게 자동차에 성별 대명사나 이름을 붙여 설명하면, 성 중립적인 명칭으로 설명할 때보다 자동차를 인간처럼 생각하고 더 애착을 갖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로봇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봇에 성별이 있으면 인간과 더 비슷하다고 인식해 애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성별을 구분하는 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마케팅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역설을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기술 영역에서 남성 또는 여성으로 성을 나누는 행위는 대부분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에 이름, 목소리, 외모 등을 부여하는 게 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알렉사, 시리 같은 음성비서 서비스에 여성스러운 이름과 목소리를 부여하는 걸 두고 여성을 겸손하거나 복종적인 존재로 고정관념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애슐리 마틴 스탠퍼드대 조직행동학 부교수는 “로봇에서 성별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며, 특히 사용자가 로봇에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고 WSJ에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