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자 앞 강대상 없애고 경기장…英 첫 레슬링 교회

입력 2023-03-20 11:03
브래드퍼드 파운틴스 교회 홈페이지 캡처

# 영국 웨스트요크셔주의 박물관과 극장 사이에 유리창이 돋보이는 대형 건물. 밖에는 ‘FOUNTAINS CHURCH’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평범한 교회 같은 그곳을 들여다보니 번쩍번쩍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성도용 간이 의자들 앞에 놓인 것은 강대상이 아닌 레슬링 경기장이다.

독일 공영 방송사인 ZDF가 최근 조명한 영국 첫 레슬링 교회의 모습이다. 지난해 4월 프로레슬링 선수 가레스 톰슨이 설립하고 리사 마슬렌 목사가 시무하는 이 교회는 ‘브래드퍼드 파운틴스 교회’라는 성공회 소속이다. 이 교회는 첫해에만 15명 이상에게 침례를 줬다고 레슬링 사역 단체인 ‘GT Ministry(GTM)’가 밝혔다.

GTM의 설립자이기도 한 톰슨은 “힘든 어린 시절 나를 일으켜 세운 두 가지가 ‘레슬링’과 ‘교회’였다”며 “내 경험을 통해 힘든 일을 겪는 다른 젊은이를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톰슨은 8살 무렵 성적 학대를 당했다. 알코올 중독인 모친은 톰슨을 돌보기는커녕 내쫓았고, 그는 두 달간 공원 쓰레기통에서 지냈다. 톰슨은 호스텔을 전전하며 지내온 자신에게 레슬링은 도피처였다고 영국 방송 BBC에 밝힌 바 있다.

레슬링 선수로 활동하던 톰슨은 GTM 설립 후 레슬링계 인맥을 모아 마슬렌 목사와 함께 2021년 11월 ‘레슬링 학교’를 개설했다. 5개월 뒤 이는 현재의 ‘레슬링 교회’로 이어져 격월로 레슬링 경기를 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톰슨 등 5명 코치는 매주 목요일마다 ‘레슬링 학교’에서 5파운드(약 8000원)를 받고 레슬링을 가르쳐주고 있다.

‘레슬링 학교’와 ‘레슬링 교회’에 참여한 이들은 레슬링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레슬링 교회 통해 8년간 앓던 우울증을 극복했다” “힘들어하던 이들이 점차 좋아지는 게 보인다” 등 반응이 대표적이다.

조승현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