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금리 인상률보다 주목할 것은 회의 종료 직후에 시작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그의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가늠할 통화정책 방향이 제시된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자국 최대 은행 UBS에 인수된다. 스위스 정부의 재촉을 받으며 지난 주말 인수 협상에 합의한 두 은행의 결정으로 아시아에서 유럽을 거쳐 북미까지 순차적으로 월요일 장을 출발하는 세계 증권시장은 ‘블랙먼데이’(월요일 폭락장)를 면하게 됐다.
1. FOMC 3월 정례회의
FOMC 3월 정례회의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에 종료된다. 연준은 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5~4.75%다. 기준금리는 시장의 우세한 의견대로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상단만, 한때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하단까지 5%대에 들어가게 된다.
시장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의심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7~8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청문회에서 “물가상승률을 연준의 목표 수준(2%)으로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는 최종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FOMC 3월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고,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을 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당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기준금리 전망에서 ‘빅스텝’은 7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휘말리고, 크레디트스위스가 유동성 위기에 놓이자 연준의 ‘스텝’도 꼬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파월 의장의 상·하원 청문회가 끝난 지난 9일부터 미국에서 스타트업들과 거래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암호화폐를 취급했던 실버게이트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이 연달아 파산하거나 폐업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5일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나 강등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같은 날 “회계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부당했다.
미국·유럽 은행가의 위기에서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저항을 받게 됐다. 시장은 이미 ‘빅스텝 불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까지 소수 의견으로도 제시되지 않던 ‘금리동결론’까지 등장했다. CME 페드워치의 금리 전망에서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7시20분 현재 ‘베이비 스텝’을 택한 비율은 67.9%, 동결을 제시한 비율은 32.1%다.
여전히 가파른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동결·인하보다 0.25% 포인트나마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근거다. 미국 노동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0%로 집계됐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상승률은 8개월 연속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째 6% 선을 뚫고 내려가지 못했다.
2. UBS,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합의
스위스 연방정부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 금융감독청(FINMA), 국립은행(SNB)의 지원 덕에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SNB는 UBS의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액은 총 32억3000만 달러다. 크레디트스위스 주주들은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7일 스위스증권거래소에서 UBS는 17.11스위스프랑, 크레디트스위스는 1.86스위스프랑에 각각 마감됐다.
랄프 해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직함으로 크레디트스위스와 통합 법인을 경영한다. UBS는 연내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인수 절차를 끝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할 계획이다.
FINMA는 “인수 협상 타결에 따라 두 은행의 모든 사업은 차질 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고객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스위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는 최고의 해법이 됐다”고 평가했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 이사회 의장은 “크레디트스위스와 세계 금융 시장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UBS와의 합병이 안정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3. 워런 버핏 ‘소방수’로 나서나
블룸버그는 1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과 연락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지역은행에 투자할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버핏 회장은 지금의 위기에 대해 폭넓게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SVB처럼 파산한 은행에서 고객 예금을 보험 한도와 관계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웰스파고를 포함한 미국 대형은행 11곳은 은행가의 연쇄 파산을 막기 위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준 1020억 달러(약 133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5위 재벌 버핏 회장이 ‘소방수’로 나설 가능성이 생겼다. 버핏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 그 여파로 2011년 주가 폭락에 휘말린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다시 50억 달러씩을 각각 투자하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버핏 회장 같은 민간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는 부담을 덜게 된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세금을 투입하지 않고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버핏 회장 같은 개인의 투자나 개입은 구제금융 없는 위기 억제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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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