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D-1… 소비자는 환영, 카드사는 울상

입력 2023-03-20 06:00
뉴시스

아이폰의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신용카드업계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애플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연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 결제액은 약 132조원, 일평균 72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네이버(네이버페이)와 카카오(카카오페이), 이니페이(KG이니시스) 등 전자금융업체 결제액이 50%가량을, KB국민카드 등 금융사가 약 26%를, 삼성전자(삼성페이)가 24%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페이 서비스 국가에서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최대 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애플페이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현대카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카드업계는 애플이 이와 비슷한 수수료율을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내년 상반기 현대카드를 비롯해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 7대 카드사 모두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고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수준의 간편 결제액의 10%가 애플페이로 이뤄진다면 카드업계가 물어야 하는 수수료는 198억원이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400억원에 육박한다.

애플페이의 간편 결제 시장 점유율이 10%를 웃돌 여지도 있다. 아이폰 이용자의 애플페이 이용 의사가 크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성인 아이폰 이용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애플페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6.9%나 됐다. 50% 안팎인 갤럭시 이용자의 삼성페이 이용률에 비해 25% 포인트 이상 높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수수료를 고객이나 가맹점에 떠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허용하며 “간편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카드업계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수수료를 감당하라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2021년 가맹점 수수료율이 기존 0.8~1.6%에서 0.5~1.5%로 0.1~.0.3% 포인트 내려간 데 이어 최근 기준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데 애플페이 수수료까지 감당하게 된 셈이다.

애플페이발 위험은 또 있다. 삼성페이 유료 전환 가능성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서비스 대가로 카드사에 5억~15억원의 정액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를 애플페이처럼 ‘건당 결제액의 일정 %’로 부과할 수 있다. 간편 결제 수수료 부담이 카드사에 있다는 금융위 판단 덕분이다.

카드업계는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줄이는 등 소비자 혜택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엄청난 공을 들인 현대카드마저도 브랜딩이나 마케팅 효과 외에 직접적인 수익은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0.5%)을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이 전체의 9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삼성페이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카드업계 수익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