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내세우며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취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주어진 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평균 17.03일의 연차 일수(2021년 기준) 가운데 11.63일만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 20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국 만 19~59세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체인력이 부족해서’(18.3%)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업무량 과다로’(17.6%)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1.4%) ‘조직 분위기 때문에’(5.1%) 순으로 나타났다.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한 건 본인 의지라기보다 직장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반면 ‘연차수당을 받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0.1%였다. 하지만 이 응답의 연령대를 보면 50대가 25.6%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14.1%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16.4%, 40대는 19.9%로 나타났다. 젊은 직원일수록 연차를 돈으로 보상받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조사 결과 취업자가 희망하는 근로 시간은 주 36.70시간이었다. 상용근로자만 따지면 37.63시간으로 조사됐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원하는 근무 시간을 더 짧은 곳으로 조사됐다. 40대 37.11시간, 50대 37.91시간에 비해 20대 34.92시간, 30대 36.32시간으로 짧았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주 단위로 묶여있던 근로 시간을 월이나 분기, 연간 단위로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주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사실상 장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