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판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이에요.”
휴가 중에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한 경찰이 화제다. 지난해 말부터 5명의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잇달아 잡은 광주경찰청 경비과 3기동대 박영근(36) 경장이다.
1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박 경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 16일 오후 4시 40분쯤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은행 앞에서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한 남성은 휴대전화로 은행 간판을 촬영하고 현금 뭉치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종이봉투를 들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보이스피싱 사례를 숙지하고 있던 박 경장은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성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아닌지 의심하고 뒤따라갔다.
수거책으로 의심되는 남성은 이 은행 ATM 부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며 송금을 시도하고 있었다. 또한 그가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는 1815만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다.
박 경장이 발견했을 땐 현금 100만원이 이미 인출기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말 그대로 송금 직전에 범행 현장이 잡힌 것이다.
박 경장은 부스에 들어가자마자 망설임 없이 경찰 공무원증을 제시하고 곧장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경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범인이라는 것에)확신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보이스피싱범을 잡으면서 인출책들의 특징을 파악했는데, 윗선에 보고를 하기 위해 은행 간판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 등이다”고 말했다.
박 경장은 지난해 말부터 관내에서 방범 근무를 하며 총 4명의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잡은 이력이 있다. 지난 1월엔 광주 남구 본성동 일대에서 근무 시간이 아닌 휴게 시간 중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해 피해금 1100만원을 회수해 광주 경찰청장 장려상을 받았다. 이번 검거에 대해서도 경비과 차원에서 표창 대상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수사 부서도 아닌 경비과 소속인 박 경장이 이처럼 보이스피싱에 적극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경장은 “지난해 말 광주 광산경찰서 수완지구대로 방범 지원 근무를 나갔다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지구대 차원에서 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은행 잠복 근무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한 두명씩 (수거책을) 잡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돈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더 책임감을 갖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평소에도 지나가며 은행을 보면 누가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면서 “다른 범죄는 한번 벌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데, 돈 같은 경우에는 복구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잃어버린 돈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