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뛰어 넘은 따뜻한 위로…제주서 중학생 동화작가·칠곡할매 특별전

입력 2023-03-16 18:13 수정 2023-03-17 23:16
16일부터 제주시 내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에서 제주 동화작가 전이수 군과 칠곡할매가 함께 참여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빨대가 코에 끼어서 괴로워하는 거북이를 보았다. 마음이 따끔거렸다. 함께 사라간다(살아간다)는 건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거(게) 아닐까. 너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에 코에 빨대가 꼽힌 거북이가 유영하는 한 장의 동화. 그 그림 아래 비뚤비뚤한 글씨체로 설명이 붙었다. 제목은 ‘함께 살아가기’. 정돈될 필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감과 위로의 감정이 한자 한자에서 실렸다.

‘전이수 작가·칠곡할매글꼴 특별기획전’이 16일부터 제주시 조천읍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명은 ‘괜찮아’. 제주의 15세 동화작가 전이수 군이 그림을 그리고, 경북 칠곡군에 사는 80대 할머니들이 설명을 썼다.

그림은 주로 훼손된 자연 속에 삶의 영역을 빼앗기고 상처 입은 채 살아가는 동물들과 같이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이들을 다룬다. 모두 40여점이 전시장에 내걸렸다.

중학생인 전이수 작가는 일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따뜻한 그림으로 10여권의 동화책과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칠곡할매들은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모두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수없이 연습한 끝에 제작한 글씨는 5종의 글씨체로 등록돼 2021년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유물로 인정되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는 전이수 작가와 칠곡에서 온 이원순, 김영분 할머니가 참석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도 자리해 두 도시의 의미있는 전시를 축하했다. 낙동강 물과 제주도 바닷물을 합치는 축하 행사를 통해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