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계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 합의

입력 2023-03-16 16:14 수정 2023-03-16 17:47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왼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이 16일 도쿄 지요다구 게이단렌 회관에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설립을 발표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한국과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했다. 다만 일제 강제징용 배상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들은 기금 참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16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김 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길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공동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전경련)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게이단렌)을 창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지난 6일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기금 조성안을 검토해왔다.

두 단체에서 각각 1억엔(약 9억8000만원)을 초기자본으로 출연한다. 이후 양국 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최대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한국 대법원의 피고 기업이 동참할지, 얼마를 출연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도쿠라 회장은 관련 질문에 “모집하는 기업의 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특별히 미쓰비시중공업이라든가 일본제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김 회장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도쿠라 회장이 맡는다. 두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두 단체가 사무국 역할을 한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연구나 한·일이 직면하는 공통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 미래를 담당하는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 양국 경제협력 확대에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희소자원 확보, 기술 협력, 제3국 공동 진출에 관한 연구 등도 함께한다. 두 단체는 선언문에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유지·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 및 고령화, SDGs(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실현 등 한·일이 협력해 대처해야 할 과제는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는 경제협력에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17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5대 그룹 총수(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 총출동한다.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류진 풍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도 일본을 찾았다. 일본 측에선 도쿠라 회장 등 11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