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 믿고 한 번 써봐” ‘채용 외압’ 최경환, 무죄 확정

입력 2023-03-16 11:20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공단)에 채용하도록 외압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경환(68)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최 전 의원은 2013년 8월 박철규 전 공단 이사장에게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직원 A씨를 채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최 전 의원은 공단을 감독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다. A씨는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면접 등 과정에서 모두 하위권이었는데, 최 전 의원이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 번 써봐”라고 지시한 뒤 그해 하반기 신규 채용에서 최종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주된 부분에 있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국회에서 최 전 의원을 만나 A씨를 채용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박 전 이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전 의원이 채용 청탁에 관여한 것은 맞는다고 봤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원의 행위를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요구한 피고인의 행위가 국회의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이는 국회의원의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을 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서 말하는 국회의원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전 의원의 행위가 윤리적·도덕적으로 정당하다거나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강요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반말투로 ‘그냥 해’ 라고 말했다는 것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자유를 제한하거나 방해할 정도로 겁먹게 할 만한 묵시적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