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이슬람 사원 앞 돼지고기, 용인 안 될 행동”

입력 2023-03-16 10:47
지난해 12월 15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통돼지 바비큐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이슬람 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이용해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적대감을 표출하고 부추기는 행위는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 표현”이라고 16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용인돼선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들어서는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송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무아즈 라자크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가 8일 공개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CCTV 영상. 두 명의 남성이 골목길에 불명의 액체를 뿌리고 있다. 페이스북 영상 캡처

송 위원장은 이날 밝힌 성명에서 “국제사회에서 혐오 표현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차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돼지머리를 전시하는 등 행위는 “불관용과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에 “국제인권규범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이런 혐오 표현에 담긴 불관용과 차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또 대구시를 비롯해 지역사회를 향해선 “권한이 있는 행정기관은 혐오와 차별 행위에 대한 대응과 회복,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학교 등 지역사회와 대구 시민들은 일상에 스며든 혐오를 경계하고 다양성을 존중해 주민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국가와 지역공동체의 대응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지·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는 2020년 9월부터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사 초반부터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2021년 2월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사원 공사장 앞 골목길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2명이 돼지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