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서 잘 챙기니…” 옥중 김만배에 전해진 정치권 메시지

입력 2023-03-15 18:29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특혜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자 ‘정치권 인사’에게 “걱정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게 소개 받은 변호인을 ‘옥중 메신저’로 활용, 대장동 사업의 범죄수익을 지키기 위해 기만하게 대응한 사실도 검찰 공소장에 담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가 지난 8일 김씨를 대장동 수익 390억원 은닉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 따르면 구치소에 있던 김씨는 2021년 11월~2022년 1월 A변호사를 통해 정치권에 걱정하지 마라는 뜻을 전했다. 이후 역시 A변호사를 거쳐 ‘캠프에서 잘 챙기니 걱정하지 마라. 정 전 실장은 절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정치권 인사 답신을 전달받았다.

김씨는 2021년 8월 언론을 통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김 전 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그에게 검사 출신 A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변호사는 김씨와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 사이에서 연락책 역할을 하기도 했다. 변호인 접견은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검찰은 봤다.

김씨는 정 전 실장이 지난해 1월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신과 통화한 사실이 공개되고, 공범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이 보도되자 A변호사에게 “(같은 해 3월 9일) 20대 대선 때까진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김씨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차명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방법까지 써서 검찰의 추징보전에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 그는 화천대유로부터 500억원을 배당받아 수원시 일대 농지를 사들였다. 특히 A변호사를 통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동향을 파악한 뒤 수표를 인출해 농지를 추가로 매입할 것을 변호사에게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청 2급으로 있던 김씨의 한 지인은 그가 농지 취득자격증명을 받도록 도왔다. 해당 지인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던 2020년 7월 임명됐으며, 평소 “김씨 도움으로 경기도에서 일하게 됐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A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변호인 접견 노트의 단어 몇 개만 갖고 추측해 공소장을 썼다”며 “의뢰인의 재산 처분 등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도 없고, 정치권과 연락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