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VB 주식·채권 1389억원치 보유 “일부 매도”

입력 2023-03-15 17:26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간판이 지난 10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본사 앞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채권을 지난해 말 기준 1389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SVB 투자 현황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파이낸셜그룹 주식에 9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중 직접투자로 2300만 달러, 위탁 투자로 7300만 달러의 자금이 들어갔다. 공단이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67.3원이다.

국민연금은 SBV파이낸셜그룹 주식 투자에 대해 “지난해 위탁투자분에서 투자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 전체 보유 지분이 계속 축소돼 왔다”며 “지난 10일부터 SVB 거래 정지로 매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매도 등 단기 대응은 불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3자 인수 및 미국 정부의 대책에 따라 거래가 재개되면 제3자 인수 조건 등을 보며 매도, 혹은 보유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거래하며 초우량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과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여온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SVB의 재무는 악화됐다.

SVB는 결국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휘말렸고, 미국 국채 위주의 매도가능증권(AFS)을 팔아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 SVB를 폐쇄하고 자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 지주사 SVB파이낸셜그룹은 미국 나스닥거래소 상장사다. 나스닥거래소는 SVB 폐쇄 당일부터 이 종목에 대한 거래를 정치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거래 정지 하루 전인 지난 10일 오전 6시 마감된 나스닥거래소에서 106.04달러까지 60.41%(161.79달러)나 폭락했다.

국민연금은 또 SVB파이낸셜그룹 채권에 지난해 말 기준 171억원어치의 투자를 위탁했다. 채권에서 직접투자는 없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에서 지난 10일 SVB 폐쇄 결정 직전에 익스포저를 일부 매도했다. SVB파이낸셜그룹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용 규정에 따라 운용사에 매도 지시를 완료했다”며 “잔여 보유 종목에 대해 매도 진행 사항 등을 직접 소통하며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