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데려와” 아들 차 트렁크에 숨어 아내 살인 계획…징역 10년

입력 2023-03-15 16:34

아들에게 “엄마가 보고 싶으니 네가 운전해 데려와라”고 부탁한 후 아내를 살해하려 한 남편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범인은 아들이 운전하는 차 트렁크에 숨어서 범행 도구를 차에 미리 실어두기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규홍)는 지난해 3월 아내를 살해하려고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A씨(4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화물기사인 A씨는 아내 B씨(42)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지난해 3월 B씨가 이혼 관련 서류를 두고 집을 나간 후 연락처를 바꾸는 등 자신을 피하자 범행을 결심했다. A씨는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인천의 병원 세 곳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다. 번개탄과 주류 등도 미리 구매해 계획범죄를 꾸몄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아들(23)에게 B씨를 데려와 줄 것을 부탁했다. A씨는 “엄마가 보고싶다”며 “엄마가 나를 보면 도망갈지 모르니 네가 운전을 하고 트렁크에 숨어있겠다”고 말했다.

A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해 3월 18일 미리 흉기와 수면제 등 범행 도구를 차에 실어둔 뒤 차량 문을 안에서 열 수 없도록 ‘잠금’으로 바꿨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량 트렁크에 탑승한 A씨는 아들이 B씨를 태우고 정차하기를 기다렸다. 이후 A씨는 운전석에 탑승해 B씨와 함께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인천 영종도 일대를 배회하며 화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재차 다투게 되자 A씨는 준비한 범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수상한 정황을 감지하고 A씨에게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A씨는 지시를 거부하고, 둔기로 B씨를 폭행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이 차량 문을 강제로 열면서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와 함께 죽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A씨와 헤어지고자 가출까지 한 피해자가 이를 결심할 만한 동기가 없다”며 “경찰관 등이 제지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고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