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의 실존 인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빠르게 해소될 위기”라고 전망했다. 자산시장의 붕괴에서 수익을 낸 버리에게서 이례적인 발언이 나왔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월스트리트 전망치에 부합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하고 일제히 상승했다.
1. 마이클 버리 “진정한 위험 보이지 않는다”
버리는 지난 14일(한국시간) 트위터에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이 위기는 매우 이른 시일 안에 해소될 것”이라며 “여기서는 진정한 위험이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불과 하루 전 시장의 탐욕을 지적했던 발언을 뒤집었다.
버리는 지난 13일 트위터에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올해 초 뉴욕증시 상황과 비교하며 “항상 똑같다. 자만과 탐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위험을 떠안고 실패한다”고 적었다.
버리는 15일 현재 트윗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그는 언제나 트위터에 짧은 의견을 올리고 하루나 이틀쯤 지나 지워왔다. 이로 인해 그의 트윗을 일일이 저장하는 ‘마이클 버리 아카이브’라는 이름의 계정까지 생겼다.
버리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숏 포지션’ 투자로 이익을 낸 금융 투자자 중 하나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4대 투자은행으로 꼽혔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을 다룬 2015년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에서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버리를 연기했다. 버리는 이후에도 자산시장 붕괴를 경고해왔다. 이런 그가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SVB 파산 사태의 위험을 제한적으로 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버리에게 트윗의 의미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버리의 발언은 SVB 파산 사태의 단기적인 위험이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치로 넘어갔을 뿐 자산시장의 장기적 위험을 해소했다는 의미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버리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은 SVB 파산 사태를 해소될 위험으로 본 버리의 트윗을 놓고 “그가 진심이라고 보는가”를 주제로 24시간짜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만1959명의 참여를 끌어낸 이 설문조사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50.6%로 “아니다”라는 49.4%의 의견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버리는 앞서 지난 1월 뉴욕증시의 상승장을 끝낸 지난달 1일 여러 말을 생략한 채 “팔아라(sell)”고 트위터에 적었다. 뉴욕증시에서 이후 약세장이 찾아왔다. 버리는 당시에도 판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매도를 권한 트윗을 삭제했다.
SVB 지주사 SVB파이낸셜그룹은 나스닥거래소 상장사다. 나스닥거래소는 지난 11일부터 이 종목에 대한 거래를 정치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거래 정지 하루 전인 지난 10일 마감된 나스닥거래소에서 106.04달러까지 60.41%(161.79달러)나 폭락했다.
2. 미국 2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 6.0%
미국 노동부는 뉴욕증시 개장을 앞둔 지난 14일 2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6.0%로 발표했다. ‘헤드라인 CPI’(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미국 경제지들에 취합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하거나 소폭 하회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6.1%, 블룸버그는 6.0%를 제시했다.
헤드라인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집계됐다.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2월 근원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5%, 전월 대비로는 0.5%였다. 근원 CPI도 월스트리트 전망치에 부합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2021년 10월 처음 6%대(6.2%)로 올라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다만 물가상승의 둔화 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앞선 2개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2월은 6.5%, 지난 1월은 6.4%였다. 지난해 11월 7.1%를 기록한 뒤 이후의 3개월 연속으로 6%대에 머물러 있다.
2월 CPI를 확인한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특히 은행주의 반등으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만2155.4까지 336.26포인트(1.06%) 오른 것이 고무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3.53포인트(1.65%) 뛴 3919.2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9.31포인트(2.14%) 도약한 1만1428.15에 장을 닫았다.
3. 메타 플랫폼스 [META]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SNS·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메타 플랫폼스는 현지 언론 보도로만 전해졌던 대규모 감원을 결국 공식화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블로그에 “앞으로 수개월간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결정이지만 다른 길이 없다. 가능한 한 조직을 빠르게 바꾸고 불확실성의 시기를 벗어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메타는 지난해 뉴욕증시의 하락장과 경기 위축 국면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빅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했다. 이는 페이스북 창립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메타의 18년 기업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다.
저커버그는 불과 4개월 만에 비슷한 규모로 2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인사 부서에서 우선 시행된 뒤 다음 달 기술 관련 사업부, 5월 경영 관련 부서에서 감원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일부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채용을 줄일 계획도 밝혔다. 메타는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7.25%(13.12달러) 상승한 194.02달러에 마감됐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증시를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