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사법당국이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겨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건설노조 비리 척결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일명 ‘월례비’를 강요한 타워크레인 노조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채용비 명목의 금품을 갈취한 건설노조 간부를 구속하는 등 잇따른 처벌에 들어갔다.
월례비는 각종 공사현장에서 시공사 등이 공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건설노조원 등에게 별도로 지급해온 일종의 비공식 수당이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5일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동료 3명과 함께 월례비 명목으로 여수 모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1억8500만원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공동강요)로 민주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광주전남동부지회 소속 A(40)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광주지검에 의뢰해 A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전날 광주지법에서 기각됐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증거가 이미 확보돼 인멸 우려가 없고 생활환경에 비추어 도주 우려도 없기 때문’이라는 추후 설명이다.
A씨의 범죄혐의가 가볍거나 구속 사유가 전혀 되지 않아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추가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을 기각한 광주지법은 최근 항소심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그동안 받아온 월례비의 성격을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이자 사실상 임금 범위에 든다고 규정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법원과 달리 경찰과 검찰은 ‘강요에 의한 월례비는 통상적 근로자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해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고소에 따라 타워크레인 노조와 노조원 36명을 상대로 관행적인 월례비 강요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강력 대응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건설현장의 비리를 캐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남경찰청도 건설비리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전남경찰은 14일 조합원 10명으로 건설노조를 설립한 뒤 2021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아파트 건설현장 4곳에서 31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공갈 등)로 모 노조간부 B(5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인 노조 관계자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남 동부지역 아파트 건설현장 4곳 등에서 일한 B씨 등은 건설업체 측에 채용비, 노조 발전기금 명목으로 3100여만원을 받아 챙겨온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은 B씨 등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각종 인부 채용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음향 장비와 방송 차량을 동원해 소음이 큰 집회를 여는 등 건설현장 공정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가벼운 위반사항을 영상으로 영상으로 촬영해 지자체 등에 신고하겠다고 건설사 등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공정차질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에게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업에 불참한 화물차의 운행을 방해한 화물연대 노조원들도 사법당국의 수사와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광주지검 순천지원은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업무방해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C(52)씨 등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순천지부 소속인 C씨 등 3명은 지난해 11월 25일 광양시 율촌산단 도로에서 승용차로 파업에 불참한 비조합원의 화물차를 가로막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집단 폭행한 혐의다.
나머지 2명은 여수지부 소속으로 지난해 12월 1일 여수산단 출하장 입구에서 비조합원 화물차를 강제로 멈춰 세운 뒤 욕설과 함께 폭행한 혐의다.
경찰과 검찰 등은 건설비리 현장의 각종 비리가 뿌리뽑힐 때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법당국은 건설현장의 고질적 비리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관행적으로 이어진 건설현장 금품 갈취행위 등을 발본색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는 일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빙자한 ‘노조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최근 검찰과 경찰이 지역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따라 실시하는 등 사법당국이 일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침소봉대해 수사를 전방위로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연 민주노총 광주본부 사무처장은 “일시적 지지율 상승을 강압적 ‘과잉수사’로 이어가려는 조치”라며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를 억압하는 것은 결국 정부 스스로 자신의 발을 묶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