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었는데 왜…” 이수만이 방시혁에게 한 말

입력 2023-03-15 13:54
이수만(왼쪽)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국민일보 DB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무산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의장은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SM 인수전을 언급하며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한다는 사람이 있겠지만,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하이브)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의 행복이다.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에 슬펐고 밤잠을 설쳤다.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와 합의해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M 경영권을 카카오가 보유하고, 하이브는 플랫폼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양사는 합의했다. 당초 SM 인수전은 현직 경영진과 카카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브의 진영 간 대립구도로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K팝 팬덤은 물론 주식시장까지 요동쳤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대립의 정점에서 지난 10일부터 협상에 들어가 사흘 만에 합의를 끌어냈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진행할 예정인 SM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한다. 제시된 공개매수가는 주당 15만원이다. SM 주가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합의 이후 12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이날 오후 1시50분 현재 11만47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방 의장은 이미 SM 인수를 4년 전부터 시도했던 하이브의 계획을 이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하이브가 SM 인수를 계획한 건 2019년부터였다. 이미 오퍼(제안)를 조용하게 두 차례 넣었다. 루머(소문)로 들었겠지만, 거절당한 것도 맞다”며 “내부적으로는 세계적인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K팝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찬성 의견과 그 정도의 돈을 더 미래·혁신적으로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SM 경영권 분쟁 양상이 확대됐고, 이 전 총괄의 주식 매각 제안으로 인수전이 갑작스럽게 과열됐다고 방 의장은 말했다. 그는 “시장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우리의 예상 밖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SM에 대해 생각했기에 (설정한) 가치가 명확하게 있었다. 그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고민이 시작됐고, 끝끝내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하이브 내부에서) 치열하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의 로드맵에 있던 대로 ‘글로벌로 나가자’ ‘조금 더 혁신 기업에 투자하자’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 협상 마무리 이후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느냐’는 이 전 총괄의 반응이 있었다고 했다. SM 경영진에서 제기된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 하이브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원 항목 계약과 관련해서는 “약정 형태로 개인(이수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없다.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예산을 바른 곳에 쓰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하이브) 이사회에는 이미 ESG 담당 이사가 있다. ‘나무 심기’를 계획했지만, 세계 기후 이상 때문에 원래 심으려던 곳에 심지 못해 미루다가 이 전 총괄이 ‘나는 하려면 얼마나 하겠느냐, 내가 나무 심기를 하려는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