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317야드 이상은 ‘NO’…골프공 비거리 성능 제한

입력 2023-03-15 13:23 수정 2023-03-15 13:45
이번 시즌 평균 326.6야드를 날려 드라이버 장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 AP뉴시스

앞으로 프로 골프 대회에서 350야드 이상 초장타를 날리는 선수를 볼 수 없게 됐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15일(한국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볼 성능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R&A와 USGA의 방침은 골프공을 시속 127마일(약 204.4㎞)의 스윙 스피드로 쳤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3년 안에 규정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약 15야드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규정은 주말 골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양대 기구의 이번 결정은 비거리 때문에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골프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R&A와 USGA는 3년 전에 공동 조사를 통해 선수들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건 ‘골프에 해롭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2003년 PGA투어 선수 평균 비거리는 약 286야드였다.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9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PGA투어 선수 평균 비거리는 297.2야드,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83명이다.

R&A와 USGA는 장타자가 계속 늘어 나면서 생긴 폐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스가 길어져 유지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물과 약품 사용도 증가해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R&A와 USGA가 주관하는 US오픈과 디오픈에서는 2026년부터 골프공 성능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R&A와 USGA는 일단 오는 8월까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규정은 내년 1월부터 바꾼다는 생각이지만 골프 볼 개발과 제조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3년 뒤에나 겨우 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에 대해 프로골프 단체와 볼 제조업체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PGA투어는 “이 사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하겠다”면서 “투어, 선수 또는 팬들이 우리 경기를 즐기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골프에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취미로 즐기는 골퍼에게 재미를 떨어트리는 규칙 변경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그나마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는 공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다각도로 제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비거리가 투어의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골프의 매력 중 하나는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규칙에 의해 플레이하고 동일한 코스와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변경된 규칙으로 인해 골퍼들의 열정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위축될까봐 우려된다”는 타이틀리스트의 견해를 전했다.

브리지스톤골프는 “제안한 변화를 면밀히 연구해 우리의 생각을 R&A와 USGA에 직접 전달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캘러웨이 골프는 “지금 당장은 할 말이 없다”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R&A와 USGA가 어느 투어에만 볼 성능을 제한할 것일 지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거리가 300야드 이상 나오지 않는 여자 골프나 미국 대학 골프 선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볼 가격이 비싸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새롭게 볼을 설계해야 하고 제조 공정도 바꿔야 하며 수도 없이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게 그 근거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