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전국의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투자한다. 투입하는 자금만 60조1000억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에서 10년간 충청·경상·호남권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의 계열사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각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게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행보다.
우선,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삼성전자, 천안·온양),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차세대 배터리 마더 팩토리(삼성SDI, 천안) 등을 조성한다. 천안·온양의 반도체 패키지 사업은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로 도약하려는 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이다. 패키징(반도체 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은 ‘후공정’으로 불리며,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적 난제가 급증하면서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기판 하나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패키징 역량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거점(삼성전기, 부산)과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삼성전자, 구미),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 연구거점(삼성SDI, 울산),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거점(삼성중공업, 거제)을 육성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60%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MLCC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을 MLCC 생산기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은 첨단 생산기술, 핵심 공정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전 세계 생산거점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호남권의 경우 광주 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 가전제품 중심으로 확대·재편해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거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한 삼성그룹은 지역 기업을 위해 10년 동안 3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생태계 육성 프로그램 등을 가동할 예정이다. ‘상생펀드’(2조4000억원)는 지역 기업을 포함한 중소 협력사의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올해 종료되는 ‘물대 펀드’를 대신해 1조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신규 조성해 지역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및 ESG 투자도 돕는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서울·대구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C랩을 광주 등으로 확대한다. 지방 소재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새로 개설하고, 지방 청년들에게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