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이른바 ‘건축왕’이 구속 기소됐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성민)는 15일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건축업자 A씨(61)를 구속 기소하고 공인중개사 B씨(46)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불구속 송치된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1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7년 3월∼2019년 4월 명의신탁약정을 통해 공범들의 명의로 주택 430채의 소유권보존등기 등을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A씨가 대출이자 연체 등으로 주택들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데도 공범들과 무리하게 전세계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A씨 소유 주택 중 모두 690세대가 경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09년부터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했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등을 직접 신축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 비용은 PF 및 준공 대출금으로 충당했고,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은 대출이자 및 직원 급여 등 사업비용으로 썼다. 이를 통해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천700채의 주택을 보유하게 됐다.
A씨는 또 임대사업을 위해 고용한 공인중개사 명의로 공인중개사무소 5∼7곳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2010년쯤에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총괄하는 중개팀,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 등을 구성하고 계약 체결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들은 A씨에게 고용된 사실과 주택 실소유자를 숨긴 채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서로 다른 공인중개사 명의의 부동산을 중개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입자 보호와 공인중개사 공정의무를 저버린 채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 방편으로만 전세계약 체결에 열중, 다수의 서민 피해자가 양산됐다”며 “인천경찰청과 협력해 공범 및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