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고(故) 전형수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과의 뜻을 처음 전한 것이다.
이 대표는 14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원들과 함께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이번에 유명을 달리하신 그분은 제가 만난 공직자 중 가장 성실하고, 가장 청렴하고,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의 표상 같은 분이었다”면서 “그래서 중책을 계속 맡겨 왔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어쨌든 제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당한 일이어서 저로서야 어떤 방식이든 간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인데”라고 말했다. 이어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잠시 멈추더니 “아유 그만하죠”라고 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보냈다.
응원을 받은 이 대표는 “저만 잡으면 되지 저를 잡기 위해 주변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서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장동 사건 등 이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전씨를 포함해 그의 주변 인물 5명이 숨졌다.
전씨는 지난 9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서 네이버가 성남FC에 불법 후원금 40억원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돼 지난해 12월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전씨가 별도 조사를 받거나 출석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씨 사망 다음 날인 지난 10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씨 죽음에 대해 “이것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인가. 주변을 먼지 털듯이 털고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나”라며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당원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강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들을 향해 내부 공격을 자제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정치라는 게 점차 직접민주주의로 많이 바뀌면서 좋은 면도 있는데 부작용도 있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하는 일들이 가끔씩은 자해적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에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색출하고 징계 청원을 해서 망신을 주고 공격하면 결국 당의 단합을 해치게 된다”며 “이는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 우리끼리 싸우며 자멸하는 길로 갈 수 있다. 누구를 제명하자고 청원을 하면 제가 뭐가 되겠느냐. 그러면 적대감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청원에 각각 7만명 이상 당원이 몰린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균열과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결국은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작은 차이나 이런 것을 넘어 우리가 단합, 단결해야 한다. 그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마저 ‘수박’이라고 비난하더라면서 “저는 아직 못 봤는데, 우리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포스터가 있다고 하더라. 아니 문 대통령이 우리 민주당의 중심, 주축 중 한 분인데 적으로 규정하는 게 말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여성 당원이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도 봐줄 만큼 봐줬어요!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요?”라고 소리치자, 이 대표는 “그런 심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다하면서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가기는 어렵다. 뭔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야 된다. 모든 걸 내가 원하는 뜻대로 하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설득했다.
이 대표는 행사 말미에 한 당원이 “대표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자 “제 뜻대로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지지하되 숭배하지 말자”라고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