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 “카카오엔터 정도 나와야 IPO 시장도 이성 찾을 것”

입력 2023-03-15 06:00 수정 2023-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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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은 다시 활황을 띠고 있다. 중소형 공모주를 중심으로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행렬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IPO 전문가’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의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수도 올해 들어 우상향 추세다. 이 대표의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수는 1만2000명을 넘었다. 주식 정보 채널 가운데 1만명 이상이 모여있는 방은 흔치 않다. 기업 공시와 분석자료는 물론, 시장에 대한 전문투자자의 평가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따상 열풍 덕에 이름을 높였지만 이 대표는 냉철한 투자자다. ‘쓴소리 꾼’이란 소리를 듣기도 하는 그는 최근 IPO 시장에서의 따상 열풍을 “폭탄 돌리기”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15일 “매출액이 50억원밖에 안되는 회사가 시가총액 5000억원까지 오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소형주 주가는 기업에 대한 냉정한 판단보다는 수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느 순간 고점에 물린 누군가는 폭탄을 떠앉게 될 운명이다. 이 대표는 “기관은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공모주를 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IPO 시장에 극소형주만 몰려 일시적으로 수급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어’ 급의 성공적인 상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꼬인 수급을 풀고 ‘일단 사고 보자’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방식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기관도 조 단위 투자에 들어갈 때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상장이 기대되는 공모주 대어로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의 승자가 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협동로봇업체 두산로보틱스 등이 있다. 엔터·2차전지·로봇 등 요즘 시장에서 광풍이 분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대어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지며 수요예측에서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우려된다. 이 대표는 “카카오엔터는 20조원, 두산로보틱스는 1조~2조원대가 언급되는데 굉장히 비싸다”며 “이렇게 높게 받으려다 망할 경우 오히려 다른 기업의 IPO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상장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IPO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함께 조명된 비상장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주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초기 투자 때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독보적인 기술력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사실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 무인가 비상장 중개회사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