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찼을 뿐인데…‘틱’ 증세 30% 이상 줄인 이것

입력 2023-03-15 00:03 수정 2023-03-15 00:03
투렛증후군 치료 효과가 입증된 손목 장치. 노팅엄대학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단순한 동작과 소리를 반복하는 중증 틱 장애(tic disorder)인 투렛증후군(Tourette’s syndrome) 치료를 위해 개발된 손목 장치(Neupulse)가 큰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투렛증후군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를 빠르게 반복해서 움직이거나(운동 틱) 소리를 내는(음성 틱) 증상이 장기간 나타나는 질병을 가리킨다. 주로 8세에서 12세에 발병하는데, 가벼운 틱과 달리 이 증세가 오래 이어지는 투렛증후군 환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국 노팅엄대학 의대 스티븐 잭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과 이들이 세운 신생기업인 뉴로세라퓨틱스(Neurotherapuetics Ltd)사가 투렛증후군을 치료하는 손목 장치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3일 보도했다.

이 손목 장치는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와 닮았는데, 손목 말초신경계의 정중신경(median nerve)을 통해 뇌에 전기 펄스를 보내서 틱이 일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연구팀은 중등도(moderate) 및 중증 틱 장애 청소년 121명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진짜 손목 장치를, 다른 한 그룹은 가짜 손목 장치를 한 달간 하루 한 번 15분씩 착용하게 했다. 나머지 한 그룹은 손목 장치 없이 평소 받아오던 치료만 계속했다.


연구팀은 ‘예일 틱 증상 평가척도(Yale Global Tic Severity Scale)’와 ‘틱 중증도 총점수(Total Tic Severity Score)’를 이용해 임상시험 전후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진짜 손목 장치를 사용한 그룹은 4주 후 틱 빈도가 25% 이상 감소하고 틱 중증도는 35%(7.5포인트) 이상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짜 손목 장치를 사용한 그룹과 기존 치료를 계속한 그룹은 틱 중증도가 각각 2.13포인트와 2.1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쳐 차이를 보였다. 틱 빈도 역시 진짜 손목 장치를 착용한 그룹은 분당 15.6회 감소했으며, 가짜 손목 장치를 착용한 그룹은 분당 7.7회 감소했다.

연구팀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험 후 참가자들에게 손목 장치 이용 경험을 묻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마일로(13)군은 “손목 장치를 착용했을 때 틱이 확실히 줄어든 걸 느꼈다”면서 “영화관처럼 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곳에서 이 장치를 이용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구를 이끈 스티븐 잭슨 교수는 “이 손목 장치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투렛 증후군 환자 스스로 틱을 통제하게 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눈에 띄게 개선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티븐 잭슨 교수와 연구팀은 이 손목 장치를 상업화하기 위한 자금으로 약 15억8500만원(100만파운드)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년 안으로 손목 장치와 앱 출시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의학 전문지에 게재되기 전 그 내용을 발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실렸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