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용후 핵연료 과세 방안 검토…이중과세 논란·전기료 오를 수도

입력 2023-03-15 06:00
신월성원전 1호기. 연합뉴스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지역 내 원전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사용후 핵연료 과세 필요성이 제기되자 실효성 점검에 나선 것이다. 다만 부처별로 이견이 분명하고, 이중과세 논란도 있어 실제로 세금이 부과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6일 회의를 하고 사용후 핵연료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매기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유발(외부불경제)하는 발전시설, 지하자원 등에 부과하는 지방세다. 현재 정부는 지역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사업자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발전량 1킬로와트시(kWh)당 1원을 원전 소재 지자체에 납부 중이다.

지자체는 발전량 뿐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보관량에 따라 한수원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의 잠재적 위험부담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 울주군, 전남 영광군, 경북 경주시와 경북 울진군 등 원전소재지 지자체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원전 지역 여야 의원 6명이 발의했다.


지자체가 추가 과세를 요구하고 나선 데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지역자원시설세 세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 산하 5개 원자력본부가 납부한 지역자원시설세는 2016년 1709억원에서 2021년 1663억원으로 64억원 줄었다. 원전 발전량이 줄면서 한수원이 내야 하는 세금도 감소한 것이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자력 발전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은 개별시설이 아닌 연속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에 대해 별도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면 중복과세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원전 격납건물 내 수조에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습식저장시설의 경우, 원전과 다른 시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부처 간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행안부는 사용후 핵연료 과세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방교부세인 지역자원시설세 적용 품목이 확대되면 지방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물 보관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면 시멘트나 유해화학물질, 천연가스 제조 등을 중심으로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증가한 세액 만큼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또 세수 일부가 광역자치단체로 들어가 원전과 무관하게 쓰일 수도 있다. 현재 원전 주변 지역 정비를 위해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는 기초자치단체로 65%, 광역자치단체로 35%가 배분되고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