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유리천장’이 매우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따라 갖춰야 하는 이사회 멤버로 여성 사외이사를 1명씩 두고 있고, 내부에서 승진한 여성 임원은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통틀어 1명뿐이다.
14일 각 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188명 가운데 여성은 3명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임원 42명 중 여성 임원은 조현욱 사외이사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최경규 사외이사만 여성이고, 46명 임원은 남성이다.
아직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임원 99명 중 여성 임원은 박현정 사외이사가 올라 있다. 산업계에선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못하게 하는 자본시장법을 지키기 위해 구색만 갖춰 놓은 것으로 본다.
내부 승진 인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에 첫 여성 임원으로 박형윤 상무를 발탁했었다. 박 상무는 퇴임 전까지 런던지점장, 영업2팀장 등을 맡아 6년 간 임원으로 일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으로 내부 승진 1명이 배출됐다. 이화정 상무가 생산기획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이 상무가 조선 3사에서 유일한 내부 승진 여성 임원인 셈이다.
여성 임원이 적은 건 승진 가능성 있는 여직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조선 3사의 여직원 비율은 3~4%밖에 안 된다. 임원은 고사하고 부서장을 맡고 있는 여직원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에 여풍이 불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의 경우 아무래도 조선공학과 등 공대 출신이 많다 보니 여성 직원이 많지 않다. 더욱이 근무지가 지방이라 여성들이 입사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외부 영입으로 데려오려고 해도 주로 동종업계에서 이동하다 보니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여성 임원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팀장 보임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