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지원 청년 전·월세 대출금 17억 ‘꿀꺽’ 일당 검거

입력 2023-03-14 16:14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과 원룸을 소유한 임대인 등을 가짜 임차인과 임대인으로 내세워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전·월세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A씨(29) 등 알선 총책 5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4일 밝혔다.

또 가짜 임대·임차인 역할을 한 B씨(54)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1년 10월 27일부터 지난해 9월 26일까지 21회에 걸쳐 허위 임대차 계약 서류를 작성해 시중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는 청년 전·월세 대출금 약 1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 총책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만 19세에서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과 원룸을 소유한 임대인 등을 모집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이후 이들의 명의로 작성된 임대차 계약서 등을 이용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건당 8000만~1억원에 달하는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인터넷 등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임대·임차인이 금융기관 관계자와 통화하는 비대면 절차만 거치면 대출이 실행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전용 전세대출은 만 34세 이하 사회 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고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해 주는 상품으로, 다른 상품보다 대출 금리가 낮다.

A씨 등은 명의 대여자들에게 “대출금을 받아 나누자. 금리가 낮으니 나머지는 네가 차차 갚아나가면 된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으면 파산 신청을 하면 된다”고 제안했고,
명의 대여자들도 이 같은 범행을 하는 줄 알면서도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자신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 알선 총책들은 대출금을 상당 부분 써버렸으며, 사건이 기소 전 몰수 보전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임차인 역할을 한 사회 초년생들은 대출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 알선책은 청년층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정부 기금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을 범행에 가담하게 했다는 점에서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유사 범행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한국주택금융공사, 국내 금융기관 등과 협업하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