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은행주들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찰스슈왑은 11%나 급락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미국 정부의 사태 수습,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 후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방패막이’로 삼아 폭락 사태만은 면했다. 우려됐던 ‘블랙 먼데이’(월요일 폭락장)는 찾아오지 않았다.
1. 찰스슈왑 [SCHW]
미국 내 자산 10위권 금융기관으로 평가되는 증권중개업체 찰스슈왑은 14일(한국시간) 마감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51.91달러까지 11.57%(6.79달러) 하락했다. 찰스슈왑의 주가를 끌어내린 건 SVB 파산을 불러온 유동성 위기다.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거래하며 초우량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과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여온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SVB의 재무는 악화됐다.
SVB는 결국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휘말렸고, 미국 국채 위주의 매도가능증권(AFS)을 팔아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 SVB를 폐쇄하고 자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로 인해 SVB 지주사 SVB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0일 마감된 나스닥거래소에서 106.04달러까지 60.41%(161.79달러)나 폭락했다. 나스닥거래소는 그 이튿날인 지난 11일부터 SVB파이낸셜그룹의 거래를 중단했다.
SVB 파산 사태는 미국 중소형 은행의 줄도산을 일으켜 자산 규모 상위권 은행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특히 예금 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주에서 찰스슈왑 외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5.81%), 씨티그룹(-7.45%), 웰스파고(-7.13%)의 낙폭이 유독 컸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찰스슈왑만 해도 대형 금융기관에 속한다. 미국 연방금융기관검사위원회(FFIEC)는 지난해 9월 말까지 찰스슈왑의 자산 규모를 5770억 달러(약 754조원)로 집계했다. 미국 내 8위에 해당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도 같은 기준에서 미국 내 2~4위 은행으로 꼽힌다.
찰스슈왑은 “현금 흐름이 1000억 달러에 달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려를 잠재우고 나섰다. 찰스슈왑 최고경영자(CEO) 피터 크로포드는 “회사가 이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1분기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 코인베이스글로벌 [COIN]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 주가는 은행주들과 반대 곡선을 그렸다.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10.72%(5.73달러) 급등한 59.17달러에 마감됐다.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에 따라 등락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SVB 사태를 계기로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월스트리트 금융가 일각의 전망과 시장의 기대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E) 3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당초 연준의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SVB 파산을 계기로 ‘금리동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10분 현재 ‘빅스텝’을 택한 비율은 ‘제로’(0%)가 됐다. 한때 70%를 넘던 ‘빅스텝’ 전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베이비 스텝’(0.25% 금리 인상)을 예상한 비율은 75.3%, 금리동결 전망은24.7%로 상승했다.
투자 심리와 유동성으로 가치를 결정하는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9.23%, 1주 전보다 9.26% 상승한 2만4554달러(약 3209만원)를 가리켰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는 32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3. 마이크로소프트 [MSFT]
연준의 긴축 기조 후퇴 가능성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도 상승으로 견인했다. 이로 인해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만 1민1188.84로 0.45%(49.95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나스닥 시총 상위권 기업 주가도 일제히 올라갔다.
미국 하드‧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상승장을 주도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관련주로서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2.14%(5.33달러) 오른 253.92달러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3일 “인도계 SNS 플랫폼 ‘쿠(KOO)’가 챗GPT를 장착한다”고 보도했다.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 달러(약 13조원)의 투자를 받은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 오픈AI에서 개발됐다. 최근 플랫폼과 결합하며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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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