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주민증 사진으로 성매매 예약, 法 “무죄”…이유는

입력 2023-03-14 14:46 수정 2023-03-14 14:53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원본이 아닌 이미지 파일로 이용한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수강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1) 사건에서 ‘주민등록증 부정사용죄’ 위반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29일 경기 광명에 있는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에서 태국 국적 여성 B씨를 전기충격기로 위협하고 케이블 타이로 손발을 결박해 명품 지갑,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458만원 상당의 물품을 뺏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운 성매매 여성 B씨의 상황을 악용해 강도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A씨는 별도 음주 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당시 범행 전 인터넷에서 일면식 없는 C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내려받아 휴대전화에 저장한 뒤 성매매 업주에게 전송해 방문 예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대해 특수강도와 주민등록증 부정 사용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2심은 A씨의 다른 혐의는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주민등록증을 부정사용 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은 형법상 문서의 행사에 관한 죄에서 “‘문서’에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문서가 해당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다. ‘주민등록증 행사’ 행위가 성립하려면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에 따라 주민등록증 원본 실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C씨 명의의 주민등록증에 관해 행사한 것은 이미지 파일에 불과하다”며 “A씨가 주민등록증 자체(원본)를 어떤 형태로든 행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