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가류공정(타이어를 완성하기 전 고온에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 인근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화재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대전고용노동청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14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대한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감식반은 당초 불에 탄 제2공장을 대상으로 감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현장 내부에 잔해물이 쌓여 있고 구조물·기계들이 모두 불에 타는 등 내부가 완전히 붕괴돼 감식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제1공장의 동일한 공정 라인에서 감식을 진행했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직원들이 화재를 목격한 제2공장의 구조물이나 기계들이 모두 불타고 붕괴돼 있다”며 “장애물들을 걸러내고 감식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상태다. 제1공장의 가류공정 과정 및 관련 기계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감식반은 또 공장 내부 CCTV나 소방설비 등이 정상 작동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측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화재 당시 비상벨·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감식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감식반은 내다봤다.
김 대장은 “직원들은 스프링클러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한다”며 “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대전소방본부는 제2공장 가류공정 인근 컨베이어 벨트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공장 내부 통로를 통해 불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화재발생 직후 인근에 있던 작업자가 초진에 나섰지만 실패하며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위영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전날 화재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제2공장 내 가류공정 타이어 성형 압출 기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은 지난 12일 오후10시9분쯤 발생했다.
인력 850여명과 장비 220여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0여분 만인 오후 10시34분 대응 2단계를, 13일 오전 2시 10분 대응 3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소방청을 비롯해 세종·충남·충북·울산·전북 등 인근 지역 소방력도 투입됐다.
화재발생 약 13시간이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큰 불길이 잡히자 소방당국은 다시 대응 2단계로 하향 발령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부로 모든 대응단계를 해제한 이후에는 헬기 1대와 장비 41대, 인력 144명 등을 동원해 잔불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이 발목을 다치고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11명이 경상을 입었다. 또 제2공장 내 창고 1개동이 전소하면서 21만개에 달하는 타이어 제품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