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에게 제공하는 전·월세 대출금을 노리고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내세워 수십억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A씨(29) 등 알선 총책 5명을 구속하고 가짜 임대·임차인 역할을 한 B씨(54) 등 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10월 27일부터 지난해 9월 26일까지 21회에 걸쳐 허위 임대차 계약 서류를 시중 은행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청년 전·월세 대출금 약 1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청년 전·월세 대출은 만 34세 이하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하고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A씨 등은 인터넷 등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임대·임차인이 금융기관 관계자와 통화하는 비대면 절차만 거치면 대출이 실행된다는 허점을 노려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 총책은 SNS를 통해 만 19세에서 20대 초·중반의 사회 초년생과 임대인 등을 모집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한 뒤 이들 명의로 작성된 임대차 계약서 등을 이용해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액은 건당 8000만원~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임차인 역할을 한 이들은 범행 계획을 알면서도 “대출금을 받아 나누자”는 제안에 자신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이들에게 대출금을 아예 주지 않거나 일부만 준 뒤 상당 금액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유사 범행이 계속 확인되고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허위 계약서 작성 등에 가담하면 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입건될 수 있으니 ‘목돈을 주겠다’며 전세 계약서를 쓰도록 요구할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