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고 인내할 수만은 없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서 진실을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다.”
교주가 성범죄자인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서 나온 말이다. JMS 2인자로 알려진 정조은(본명 김지선)씨의 발언이다. 교주 정명석의 성 착취 실체를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내용을 2인자가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13일 오전 JMS 공식 유튜브 채널인 ‘PalmTV’에는 33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선 전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JMS 교회 지도자 모임에 참여한 정씨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씨는 JMS 내부에서 ‘성령 상징체’로 통한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정명석을 위해 사는 여신도 모임인 ‘상록수’ 소속이었던 정씨는 ‘사도’ 직을 거쳐 2006년 정명석에게 성령 상징체란 이름을 부여받고 2인자로 활동해왔다. 정명석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정씨는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2008년까지 10년간 수감된 교주 정명석을 대신해 조직을 관리하기도 했다.
영상 속 정씨는 교주의 범행 행각을 지적했다. 그는 “세상과 단절될 정도로 육(肉) 사랑을 지키고 영(靈) 사랑을 먼저 하여 창조 목적을 이뤄가는 게 우리 섭리사의 최고 교리다. 그러나 이 절대적인 뜻을 수십 년이 넘도록 은폐하며 겉으로 영 사랑을 말하고 실제로는 육 사랑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교단 대표는 내가 이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지난 1년 동안 끊임없이 막았다”고 폭로했다.
교주의 성범죄에 대해 선을 긋는 발언도 이어졌다. 정씨는 “3년 6개월간 선생님(정명석)께 (육 사랑은) 절대 뜻이 될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나는) 여자들이 선생님 반경 3m 이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며 “아직 어려서 모를 때 분위기에 휩쓸린 적 있는데 현재는 회개하고 있다. 지난 과오가 있다면 청산할 최고의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발뺌했다.
한편 JMS 측은 장로단 명의의 입장문을 이날 내고 정씨의 예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또 정씨의 교회 내 비위를 비판했다.
정씨의 이번 폭로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씨가 ‘JMS 내부 권력을 잡아 또 다른 신흥 종교로 뻗어 나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