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화재’ 단서들… 80대 엄마·50대 아들·쓰레기·고립

입력 2023-03-14 06:48 수정 2023-03-14 09:45
김포 아파트 화재 현장. 김포소방서 제공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령의 모자가 쓰레기를 집안에 고스란히 방치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직계 가족들이 모두 숨지며 사실상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13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난 뒤 숨진 채 발견된 80대 여성 A씨와 그의 50대 아들 B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남편이 숨졌고, B씨를 제외한 다른 자녀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A씨는 남편이 남긴 저축금과 월 최대 30만원 정도의 노령연금을 갖고 5년째 생활했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은 6·25 참전용사로 훈장을 받아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았지만, 사망한 뒤에는 연금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모자 명의로 해당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남편의 저축금 등 현금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모자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생활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났던 집 안에는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거실과 방에는 모두 쓰레기봉투가 가득 차 있어 발을 디디기도 힘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집 안에서 음식을 해 먹은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자의 집에서 발생한 불이 방화인지, 실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아들 B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방에서 나온 라이터로 인해 불이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노모 A씨의 사망 시점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망한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사망 원인은 정밀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집 상태와 이들의 이전 생활을 고려했을 때 아사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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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