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숙소라도…살고 싶다” 육군 중위의 하소연

입력 2023-03-14 00:44 수정 2023-03-14 09:56
육군 중위라고 밝힌 A씨가 제보한 한 육군 부대의 초급 간부 숙소 사진. 페이스북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80년대에 지어졌다는 어느 군 초급 간부 아파트. 도배가 벗겨진 아파트 실내에는 회색빛 콘크리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천장과 벽 곳곳에는 금이 가고 곰팡이가 피었다. 보일러를 때는 기름은 제때 공급되지 않아 한겨울에도 실내 온도가 영상 2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익명의 육군 중위 A씨가 SNS에 폭로한 초급 간부의 숙소 모습이다. 그러나 A씨는 이런 열악한 숙소에서라도 계속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거주할 수 있는 다른 간부 숙소도 없을뿐더러 군의 주거 지원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A씨의 호소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오는 6월 전역을 앞둔 A씨는 최근 3월 말까지 간부 숙소에서 퇴실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무지가 소속 군단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A씨는 인접한 타 부대과 관리하는 간부 숙소에서 거주해 왔다. 그러다 최근 타 부대에서 부대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숙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A씨는 “전역이 앞으로 100일 넘게 남은 상황에서 거주지가 불투명한 것도 당황스럽다”면서 “현재 숙소에 거주하고 있는 간부들의 경우 4월부터 5월 말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살고 있는 숙소가 좋아서 남고 싶은 게 아니다”면서 “물론 고시원에 들어가서 살 수도 있겠지만 하사, 소위, 중위와 같은 초급 간부는 3년 차 미만 간부여서 주택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푼 꿈을 가지고 임관하는 후배들이 저처럼 잘 곳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육군 중위라고 밝힌 A씨가 제보한 한 육군 부대 초급 간부 숙소 사진. 페이스북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이 같은 호소글에 군 당국의 처우 문제를 비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저러려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장교로 임관한 게 아니다”면서 “자식이 ROTC 지원한다고 하길래 못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ROTC를 고려하는 대학교 1학년 교실에 이 사진을 공유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14일 “해당 숙소는 오는 5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돼 지난 2월 퇴거 안내와 함께 인근 숙소로 이전할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며 “일부 인원은 소통이 다소 부족하여 이전 가능한 숙소가 없는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열악한 초급 간부 숙소 문제가 불거진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익명의 공군 초급장교가 공개한 공군 비행단 독신자 간부 숙소 사진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제보자는 1인용 매트 두 개를 깔면 바닥이 가득 찰 정도로 좁은 숙소 현실을 폭로하면서 “초급간부 삶의 현실은 감옥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국방부는 “간부 숙소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신축 및 리모델링) 확대, 위탁개발, 법령개정 (간부 숙소 대상자 전월세 지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주택수당과 관련해서는 3년 미만 초급간부에게도 주택수당이 지원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