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판다는데… 몸 값 1兆 거론되는 유안타증권

입력 2023-03-14 10:00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수협중앙회가 증권사 인수를 공식화 한가운데, 유안타증권이 알짜 매물로 재조명받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유안타증권을 수년째 매각 가능성이 큰 증권사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25년 만에 부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높은 몸값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안타증권의 몸값으로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유안타증권의 시가총액은 5199억원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가치의 배가 거론되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의 최대주주는 ‘유안타증권이사이파이낸셜서비스’로 이날 기준으로 지분 54.4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서 공개적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증권사는 없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잠재매물은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다. SK증권은 사모펀드 J&W파트너스가 갖고 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사모펀드 G&A파트너스가 갖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언젠가는 시장에 팔아서 차익 실현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증시 부진 등으로 대만 유안타그룹 측에서 매각을 검토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만 유안타그룹이 2014년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인수한 지금까지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은 것도 매각설에 힘을 더했다.

현재 거론되는 매물은 모두 중소형사로 분류된다. 이 중 수익구조나 영업망 등이 가장 탄탄한 곳은 유안타증권이다. 특히 금융지주사의 청사진에는 은행 등과 복합지점 등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려는 계획이 있어 온라인 특화 증권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점이 10곳밖에 되지 않는 SK증권은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의 보유 지점은 서울 20곳, 전국 56곳으로 제주도까지 빠짐없이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동양증권 시절보다 많이 축소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리테일(소매판매)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로 평가 받는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IB)뿐만 아니라 리테일 규모도 어느 정도 돼야 한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유안타증권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증권사 M&A 시장이 매도자 우위 상황이라는 분석도 높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을 앞두고 있어 원매자들이 제도가 마련되기 전에 인수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M&A 등으로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FI)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지분을 일정 기준 이상 더 매수하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의 안은 ‘50%+1주’이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 만약 60%나 70%로 기준이 상향된다면 매수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