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3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성과 부진한 거버넌스 지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들이 있지만,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 성과가 견고하고 수출 부문이 역동적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치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1.9%)보다 0.7%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1.2%의 성장률은 한국은행과 정부의 올해 경제 전망치(1.6%)와 비교해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올 상반기 한국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고금리 기조가 투자와 소비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서비스 산업이 주를 이루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피치의 분석이다. 다만 피치는 내년의 경우 성장률이 2.7%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는 피치 발표 직후 참고자료를 내고 “우리 경제의 대내외 건전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재확인 됐다”며 “특히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재정건전성 평가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피치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 정부는 강한 재정건전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또 피치가 한국의 자금시장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성과로 꼽았다. 피치는 “지난해 4분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신속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한국의 자금시장 여건이 개선됐다”며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역량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