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이젠 ‘샴페인카펫’…62년만 바뀐 아카데미 풍경

입력 2023-03-13 15:28
지난 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관계자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준비하기 위해 샴페인색 카펫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이 사라졌다. 62년 간 아카데미를 대표했던 붉은 색 대신 카펫을 물들인 건 우아한 샴페인색이었다.

12일(현지시간) 저녁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는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시상식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참석자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밟고 들어가는 ‘레드카펫’이 ‘샴페인색’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아카데미는 1961년부터 매년 시상식장에 레드카펫을 깔아 왔다. 이는 시상식의 한 관행으로 자리잡았고, 시상식에 들어서는 입장 행사를 ‘레드카펫을 밟는다’고 쓰는 관용 표현도 낳았다.

미국 매체들은 이러한 카펫 색깔의 전통이 바뀐 게 62년 만이라고 전했다. 이 변화는 미국의 대규모 패션 행사인 ‘멧 갈라’(Met Gala)를 매년 담당해온 패션 매거진 ‘보그’ 편집자 출신의 리사 러브와 멧 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아빌라의 작품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배우 양쯔충(양자경·왼쪽)과 스테파니 수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시상식 측은 오스카 참석자들의 우아함을 반영하기 위해 ‘일몰의 해변’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로 변화를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새 카펫 후보 색상에 초콜릿빛 갈색도 올랐지만, 햇빛과 비를 피하기 위해 설치될 주황색 텐트와 어우러지는 가볍고 차분한 색상인 ‘샴페인색’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은은한 색깔의 카펫 위에서 도드라질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바셋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로 지명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바셋은 밝은 보라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앤절라 바셋은 “카펫이 달라졌다”며 놀라면서도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입고 있는 의상과 잘 어울린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2일(현지시간)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한 케이트 블란쳇. AP뉴시스

영화 ‘타르’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 케이트 블란쳇은 밝은 파란색의 반짝이는 블라우스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