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이 사라졌다. 62년 간 아카데미를 대표했던 붉은 색 대신 카펫을 물들인 건 우아한 샴페인색이었다.
12일(현지시간) 저녁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는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시상식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참석자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밟고 들어가는 ‘레드카펫’이 ‘샴페인색’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아카데미는 1961년부터 매년 시상식장에 레드카펫을 깔아 왔다. 이는 시상식의 한 관행으로 자리잡았고, 시상식에 들어서는 입장 행사를 ‘레드카펫을 밟는다’고 쓰는 관용 표현도 낳았다.
미국 매체들은 이러한 카펫 색깔의 전통이 바뀐 게 62년 만이라고 전했다. 이 변화는 미국의 대규모 패션 행사인 ‘멧 갈라’(Met Gala)를 매년 담당해온 패션 매거진 ‘보그’ 편집자 출신의 리사 러브와 멧 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아빌라의 작품이다.
시상식 측은 오스카 참석자들의 우아함을 반영하기 위해 ‘일몰의 해변’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로 변화를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새 카펫 후보 색상에 초콜릿빛 갈색도 올랐지만, 햇빛과 비를 피하기 위해 설치될 주황색 텐트와 어우러지는 가볍고 차분한 색상인 ‘샴페인색’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은은한 색깔의 카펫 위에서 도드라질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날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로 지명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바셋은 밝은 보라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앤절라 바셋은 “카펫이 달라졌다”며 놀라면서도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입고 있는 의상과 잘 어울린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 ‘타르’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는 케이트 블란쳇은 밝은 파란색의 반짝이는 블라우스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