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부터 오스카까지…키 호이 콴 “이게 곧 아메리칸 드림”

입력 2023-03-13 14:22 수정 2023-03-14 15:36
키 호이 콴이 2023년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전쟁으로 어린 시절 난민 캠프에도 있었습니다. 긴 여정을 거쳐 큰 무대까지 올라왔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가 영화에만 나온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 아닐까요?”

SF 코미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오스카상)에서 남우조연상을 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브렌던 글리슨(‘이니셰린의 밴시’).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코즈웨이’), 저드 허슈(‘파벨만스’), 배리 케오건(‘이니셰린의 밴시’)을 제치고 상을 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이민 1세대인 에벌린(양자경)이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 세대 갈등 등을 담아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남녀조연상까지 7개 부문을 싹쓸었다.

최근 확장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재개봉하기도 했다.

키 호이 콴은 극중 에벌린의 남편 웨이먼드 왕을 연기하며, 각 다중우주별로 존재하는 다양한 웨이먼드를 연기했다. 최악의 선택만을 했다고 생각하는 에벌린을 위로하며 건넨 “그 모든 거절과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라는 대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디아나 존스’에서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처음에 선택받을 수 있던 게 큰 행운이라 느꼈다”면서도 “나이가 들며 그건 그저 운이었고, 아역배우로 이룬 것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감사하게도 30여 년이 지난 뒤에 두 남자(‘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니얼 콴·대니얼 쉐이너트 감독)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셨다”며 “감사하다”고 연신 말했다. 시상식에 자리한 ‘인디아나 존스’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울먹이며 “아내는 매년, 매달 20년 동안 내게 ‘언젠가는 당신의 시간이 올 거야. 당신의 시대가 올 거야’라는 말을 해줬다”며 “(나는) 꿈을 거의 포기한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꿈을 계속해서 꾸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