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공장 13시간만에 큰불 잡아…타이어 21만개 전소

입력 2023-03-13 13:28 수정 2023-03-13 16:08
13일 오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제2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전날 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각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 발생 약 13시간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경상자 11명을 제외하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장 인근 주민들은 13시간이 넘도록 매연·가스에 노출되며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또 공장 내 창고 1개가 전소하며 21만개에 달하는 타이어 제품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위영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13일 화재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불은 대전공장 내 제2공장에서 ‘가류공정(타이어를 완성하기 전 고온에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의 타이어 성형 압출 기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불로 소방공무원 1명이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흡입했지만 증상이 경미해 집으로 귀가한 상태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고속도로와 인근 아파트 내 잔디 등으로 불똥이 튀었지만 모두 진화됐다.

불은 대전공장 제2공장 가류공정 인근 컨베이어 벨트 하부에서 발생한 뒤 통로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발생 직후 인근에 있던 작업자가 초진에 나섰지만 실패하며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주변에는 별다른 가연물질이 없었으며 소방시설도 대부분 정상작동했다고 한국타이어는 설명했다.

김용진 한국타이어 안전소방팀장은 “작업자가 초진에 실패하면서 119에 신고하게 됐다”며 “현장에 가연성 물질은 없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이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제2공장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는 모습.

화재가 발생한 제2공장에는 물류창고 2개동에 약 43만개의 타이어를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1개동에 보관하고 있던 타이어 제품 21만개는 전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창고에 보관중인 제품 22만개에는 불이 옮겨붙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완전 진화를 목표로 진화작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송정호 대전소방본부 화재조사대응과장은 “물류창고 앞쪽은 창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타이어를 많이 쌓아 놓은 안쪽이 거의 붕괴됐다”며 “굴삭기를 동원해 붕괴된 잔해를 제거하면서 소화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화재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연기와 악취가 공장 주변 수백m까지 퍼지자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공장 근처 커피숍·정육점 등 일부 점포는 13일 하루 임시 휴업을 하겠다는 안내문을 업체 입구에 붙이기도 했다. 인근 중·고교 3곳은 휴업을 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 커피숍 입구에 붙은 문구.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를 직격으로 맞던 한 아파트는 모든 창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피해를 막으려 애썼다. 공장 앞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화재현장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주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공장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타이어 직원 김세태(58) 씨는 “어제 불이 나기 직전인 오후 10시에 퇴근했는데 거의 밤을 샜다”며 “과거 화재와 달리 이번엔 가류공정에서 불이 나며 피해가 컸던 것 같다. 특히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바뀌면서 우리집에도 연기가 들이쳐서 지금 냄새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대덕구가 마련한 대피시설인 대덕문화체육관으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17명의 주민이 대피시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수 대덕구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6명 모두 인근 아파트 2곳에서 오신 분들인데, 집에 연기 냄새가 너무 심해 못있겠다면서 이곳을 찾았다”며 “불이 꺼지면 주민들이 더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10시9분쯤 공장 직원으로부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 501명 등 인력 784명, 장비 178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선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0여분 만인 오후 10시34분 대응 2단계를, 오전 2시 10분 대응 3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소방청을 비롯해 세종·충남·충북·울산·전북 등 인근 지역 소방력도 투입돼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대전=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