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야구선수, 강남서 ‘차명’ 프로포폴” 옛 연인 폭로

입력 2023-03-13 11:40 수정 2023-03-15 10:40
피해자가 전직 프로야구 선수 A씨의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A씨의 어머니도 'A가 약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다' '주사 또 하고' 등 프로포폴 투약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여러 곳에서 타인 명의로 수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인 사이였던 여성은 프로포폴 투약이 의심되는 구체적인 정황을 고소장에 담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선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및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건을 담당한 제주 경찰은 구체적인 제보 내용에도 불구하고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상습적인 프로포폴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A씨와 연인 관계였던 B씨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A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며 “본인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을 도용해 병원을 다녔고, 일주일에 2000만원을 전부 프로포폴에 쓰기도 했다. 프로포폴 중독 환자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직원 등 타인 명의를 도용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A씨가 자주 다녔던 성형외과 여러 곳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B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같은 취지의 내용을 올렸다.

B씨는 A씨의 프로포폴 투약이 의심되는 구체적인 정황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B씨는 “A씨가 2021년 빌린 돈 2000만원을 대부분 프로포폴 투약에 썼다고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돈을 빌린 건 B씨 여동생의 남편이었다. B씨는 “동생네 가정에 피해를 주게 돼 너무 미안하고 창피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프로포폴 중독과 관련해 A씨의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증거로 제시했다. A씨의 어머니는 “A가 약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 “자꾸 돈 빌리고 주사 또 하고 그러면 입원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당시 연인 관계였던 B씨에게 보냈다.

B씨는 “처음에는 프로포폴 투약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진심을 다해 돕는다면 A씨가 변할 것이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물중독 증상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A씨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애초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A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이 공개한 사진. 연인 관계였던 여성은 A씨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했고, 이를 의심하던 과정에서 폭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본인 제공

연인 사이였던 B씨는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 A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을 의심하며 말다툼을 하던 중 폭행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프로포폴 투약을 의심하자 A씨가 ‘너 같은 여자와는 결혼할 수 없다’며 비난을 시작했다”며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음을 깨닫고 뺨을 한 대 때리며 ‘그래 그만하자’고 하자마자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뒤 기억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을 입었다”고 했다. B씨는 이로 인해 안와하벽 골절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B씨는 A씨와의 결별은 물론이고 법적 대응까지 결심하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병원비, 사업자금 명목으로 속아 돈을 직접 보내거나 대신 빚을 변제하는 등 1억원 가까이 금전적인 피해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8월 경찰에 사기 및 상해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 결과 A씨에 대한 상해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의 혐의를 인정해 A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A씨를 기소했다. 제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는 제주 지역 내에서 투약한 프로포폴과 관련한 혐의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투약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A씨에 대한 공판은 다음 달 26일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B씨는 “단 한 번도 용서를 구하지 않은 그가 법정에서 선처를 구한다거나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들에 대해서 계속 폭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직 프로야구 선수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A씨에게 직접 물었지만 구체적인 입장은 듣지 못했다. A씨는 현재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 이후 A씨는 국민일보에 “B씨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맞는 얘기와 틀린 얘기가 뒤섞여 있다”며 “향후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정확히 가리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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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