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개 국가를 다니면서 많은 지도자를 만났지만 이들 가운데는 성경 1독을 하지 않는 목회자들이 70%가 넘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얼마나 성경을 읽고 계십니까. 매일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십시오. 그리고 그 말씀을 따라 살며 매일 복음을 전하십시오. 지도자들이 먼저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말씀대로 살아갈 때 교회와 성도, 사회가 변화됩니다. 이것이 내가 200번째 국가로 이곳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게 된 이유입니다.”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 밷자라하 크리스천 커뮤니티센터. 11일 이곳에 모인 팔레스타인 기독교총연합회 소속의 최고지도자들을 향해 안디옥월드미셔너리저니(AWMJ) 이사장 신화석 목사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메시지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총연합회 베이트 알 리카 총회장의 고백이 이어졌다.
“목사님, 저 역시도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팔레스타인의 교회를 대표하는 총회장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곳에 모인 팔레스타인 사역자들에게 도전을 안겨 주신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합니다.”
2003년 12월 출범해 247개국을 목표로 기독교연합회 임원, 교단과 신학대학교 총회장, 선교단체 대표 등 최고지도자들을 만나 가르치며 교회의 순기능을 회복시켜온 AWMJ의 선교 사역이 200번째 국가인 팔레스타인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AWMJ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팔레스타인에서 ‘200번째 국가선교기념대회’를 개최했다.
10일 베들레헴 한국문화센터에서 진행된 개회 예배에서 신화석 목사는 “땅끝으로 가라’는 명령에 순종해 200개국 사역을 이어왔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조용히 다가와 격려와 위로하며 새 힘을 주신 성자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신 이곳 베들레헴에서 개최하게 해주셔서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린다”면서 “AWMJ 사역은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정상 앞에 서 있다. 내 나이가 74세로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지만, 땅끝 선교사로서 남은 47개국을 방문해 주님의 명령 완수를 위해 질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간 땅끝 선교를 위해 선교의 동반자로 함께 눈물로 헌신해온 안디옥교회 성도들과, 전 세계 9개 대륙 디렉터들, AWMJ 스태프들의 헌신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러분들과 같은 동반자들이 있기에 선교 사역이 더 견고해지고 더 확장될 것이다. 영광스러운 고난과 헌신, 도전을 계속 함께 해달라. 여러분들의 헌신은 하늘의 별처럼 빛날 것이다”고 격려했다.
이날 ‘200번째 국가 선교기념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대신해 방문한 닥터 람지 보좌관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이 땅은 고통과 악재 속에서 평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이고도 무자비한 공격으로 올해만 벌써 87명의 어린이와 여인이 숨지고 67개의 집과 교회가 무너졌다”면서 “많은 복음주의 신앙인들이 공격과 핍박을 받는 가운데 AWMJ가 200번째 국가로 방문해 준 것은 팔레스타인의 보통 사람들에게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또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람지 보좌관은 ‘200번째 국가선교기념대회’를 팔레스타인에서 개최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가교 역할을 감당하자’는 문구가 적힌 감사패를 신 목사에게 전달했다.
팔레스타인 역사 정치 종교 사회 등 현지 전문가 초청 세미나
이날 오후에는 베들레헴 대학교 쿠스탄티 미나웰 쇼말리 은퇴 교수를 초청해 중동의 역사와 정치에 서 빼놓을 수 없는 ‘벨푸어 선언’부터 1948년에 일어난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 등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문화, 정치’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이 또한 선교 현장의 이해를 기초로 하는 AWMJ 사역의 일환이다.
11일 베들레헴 바이블 칼리지에서는 ‘종교, 기독교, 선교’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이곳은 1979년 팔레스타인 내 크리스천 지도자 양성을 위해 세워진 곳이다. 소수의 학생으로 시작된 학교는 현재 93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2012년부터 바이블칼리지의 닥터 잭 사라 총장(예루살렘연맹교회 담임)은 주제 강의에 앞서 한국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목회자로 활동 중인 잭 사라는 “예루살렘의 작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18살 때 예수님을 영접했다. 신앙생활을 할수록 성경 말씀을 더 많이 배우며 성장하고 싶어 베들레헴 바이블 칼리지에 입학했다”면서 “4년간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통해 지원해 준 장학금으로 졸업 후 목회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잭 사라 교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이슬람교를 공식 종교로 선언하고 있고 인구의 98%가 무슬림이며 1.37%가 기독교인이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교회의 숫자는 작지만, 모두 살아있는 교회들이다. 그래서 이 교회들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은 꿈이 없다. 삶에 대한 목적이 없으니 부르심에 대한 소명도 없다. 그들에게 소망이신 하나님을 가르쳐 줘야 하는 것, 그것이 선교이고 바이블 칼리지의 목적이다. 팔레스타인의 70% 이상의 목회자가 이 학교를 통해서 배출됐다.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내가 바이블 칼리지의 총장이 될수 있었듯이 팔레스타인과 세계를 위한 지도자가 이곳에서 더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AWMJ 선교팀이 함께 중보자가 돼주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가 한 200명인 것에 비해 팔레스타인에는 4명의 선교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에는 사역자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한국교회가 팔레스타인에도 잃어버린 양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의료선교, 문화선교, 사업 등 다양한 사역을 할 수 있습니다. 섬김의 몸짓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으로 팔레스타인을 섬길 수 있습니다. 전쟁과 분담을 겪고 있고, 이 땅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한 한국교회는 팔레스타인 사역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팔레스타인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분쟁 가운데서도 양국의 크리스천들이 먼저 관계 회복을 하기 위한 목회자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의 ‘화해 네트워크’를 맡고 있는 살림 무나예르 베들레헴 바이블 칼리지 교수는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이 화해가 제일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화해 네트워크’에서는 양국의 크리스천 15명이 사막에서 만나 같이 낙타를 타고 함께 걸으며 친구가 되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권력에서 벗어나 사막에서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친구가 되게 하는 사역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것은 축복이 아닙니다. 이 억압을 무조건 중지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고 서로의 다른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양국 화해의 첫 단계가 아닐까요.”
이날 오후 한국문화센터에서는 현지 목회자를 초청해 ‘교계 지도자 세미나’와 ‘목회자 세미나’를 진행했다. 7명의 팔레스타인 목회자들은 신 목사의 강의를 메모하며 경청했다.
목회자들을 향해 “자식과 손주들이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가” “가정이 복음화돼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는가” 질문한 신 목사는 “목회자 가정이 먼저 복음화돼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지도자가 달라지면, 교단이 달라지고 교회가 달라진다. 매일 말씀 읽고 기도하며 성령에게 이끌린 삶을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팔레스타인의 목회자와 복음화를 위해 뜨겁게 기도했다.
AWMJ 200번째 국가 선교사역 기념대회 감사 예배
12일에는 베들레헴 크리스천커뮤니티센터 밷자라하에서 ‘AWMJ 200번째 국가 기념 예배’를 드렸다.
축사자로 나선 베들레헴 닥터 엘리아스 사이드 부시장은 “팔레스타인 땅의 돌들은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들이다. 그 돌들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열정 사랑 슬픔 기쁨이다. 이것은 이 땅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소망이다. 이 소망은 미래를 향한 소망이며, 우리의 다음세대들이 평화롭게 번영된 상황 속에서 살 것을 향한 소망이다. 이 소망은 우리의 자녀들이 더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소망이라 생각해 주길 바란다”면서 “한국에서 온 여러분이 이 땅에서 ‘AWMJ 200번째 국가 기념대회’를 개최한 것은 55년 동안 이스라엘의 군사적 억압 속에 고통당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감사한 사건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에서 기쁘고 은혜로운 시간 되길 바라며, 꼭 다시 방문해 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설교자로 나선 의정부광명교회 최남수 담임목사는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세계선교’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최 목사는 “이번 AWMJ 200번째 국가선교대회 참여를 앞두고 하나님께 ‘200번째는 어떤 의미입니까’라고 물었다. 그것에 대한 응답은 선교의 주체는 성령 하나님이이라는 사실이고, 성령께서 AWMJ 보다 앞서 200번째 나라로 팔레스타인을 선택하셨다는 것이다. 이곳은 예수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곳이고, 그분의 형상을 팔아 장사하는 사람도 많지만, 정작 예수 그리스도가 없다”면서 “예루살렘에서의 땅끝은 극동 아시아다. 땅끝의 우리가 예수가 없는 이곳에 200번째 국가로 부름받아 왔다. 팔레스타인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줄 수 없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대변자가 돼 목숨 걸고 기도하는 동역자가 자. 그래서 낮아진 자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만이 이 땅의 희망이 될 줄 믿는다”고 권면했다.
이날 AWMJ는 윤원로, 정운교, 이은옥, 장금주 디렉터 선교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아프리카, 북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등, 9개의 권역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디렉터들은 대회를 앞두고 현지 교계 지도자 및 목회자들을 만나 선교 사역을 팅하는 일을 추해 오고 있다.
이은옥 선교사는 “기쁘고 감사하다”면서 “200번째 역사의 땅, 이곳 팔레스타인 약속의 땅을 직접 밟게 하신 것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네가 밟는 모든 땅을 네게 주리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AWMJ 귀한 사역에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신 목사는 “대륙 디렉터들의 수고는 땅끝 선교의 길을 여는 자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번 선교 사역을 통해 이곳 교회 지도자들이 변화돼서 예수의 흔적은 있지만 예수가 없는 이 척박한 땅에 참된 평화가 찾아오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