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부터 이어진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로 물류동에 있던 타이어 약 40만개가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오후 10시9분 시작한 불은 13일 오전까지 9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2시10분쯤 올해 처음으로 대응 3단계까지 발령한 소방당국은 날이 밝은 만큼 헬기 9대를 동원해 더 공격적인 진화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남북으로 1·2공장이 나뉘어 있는 대전공장 북쪽에 위치한 2공장에서 타이어 모양을 만드는 가류공정이 있는 12동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2공장 양쪽으로 퍼져나가 타이어 완제품 약 40만개가 있는 물류동까지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남쪽에 위치한 1공장에도 물류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한 소방당국은 불길이 1공장까지 번지지 않도록 밤사이 각 소방서장을 구역별로 1명씩 배치해 총력전을 펼쳤다.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 공장이고 수십만개의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가연물질이 나와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호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은 3차 브리핑에서 “오전 5시55분에 진화 헬기 2대를 먼저 동원해 진압 작전을 펼치고 있고, 바람도 잦아들고 연소가 어느 정도 줄어들면 대용량 소방 방사포 2대도 배치할 예정”이라며 “2공장 불길이 이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져 1공장으로의 화재 확산을 막고, 오늘 안으로 노력해서 화재 진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불로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 규모는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작업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 등 총 11명이다. 소방당국은 추가 인명피해나 다른 위험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화와 구조 작업 등을 펼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화재로 공장이 위치한 대전 대덕구 목상동 일대는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뒤덮여 큰 혼란을 겪고 있다. 10m 이상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고, 차량 불빛이나 가로등 불빛이 없으면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일부 아파트 쪽으로 튄 불꽃이 화단과 잔디밭에 옮겨붙으면서 군데군데 2m 높이로 불길이 일어 아파트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소화기로 진화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파트로 번진 불꽃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순간 풍속이 초속 6~8m로 비교적 강한 바람이 불어 연기와 가스가 빠르게 인근 주거지까지 퍼지자 인근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하고, 대전시도 “인근 주민은 안전에 유의해 주시기 바라며 화재 발생 지역을 우회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주민들은 집을 나와 차 안이나 근처 지인의 집, 호텔, 인근 공터 등으로 대피했다. 현지 아파트 상가 건물 관리인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매캐한 연기 때문인지 기침이 계속 나오고 밖에서는 도저히 못 있겠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화재 여파로 우회했던 고속열차(KTX) 운행은 13일 오전 6시31분을 기해 정상 재개됐다. 한국도로공사 대전지사도 통제 중이던 경부고속도로 양방향 남청주IC에서 신탄진IC 구간 통행을 이날 오전 5시20분부터 재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