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중심 과점 경쟁 체계를 깰 대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들이 ‘경쟁 촉진자’가 될만한 깜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17년 처음 도입 당시 혁신과 포용을 외치며 시장 혁신을 일으킬 ‘메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혁신 측면에서 인터넷은행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상용화와 종합 금융플랫폼 구축, UX·UI 편의성 개선 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철옹성’같이 여겨지던 시중은행의 디지털 변화 물꼬를 인터넷은행이 터줬다는 것이다.
다만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겠다던 미션은 달성 못 했다는 비판이 크다.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잔액 기준)을 기록한 토스뱅크(40.4%)를 제외하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4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이 각사의 CSS(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해 차별화를 꾀하기보다는 시중은행처럼 ‘이자 장사’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메기’ 아닌 ‘미꾸라지’?
인터넷은행 시대는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하며 본격 개막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은행이 은행업 인가를 받게 된 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5년 만의 일이었다. 올해로 출범 7년 차를 맞은 인터넷은행은 외형적으로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2042만명이며,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각각 849만명, 570만명을 기록했다.
인터넷은행은 정체돼있던 금융권에 경쟁과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을 ‘메기’로서 활약하길 기대를 모았다. 물론 인터넷은행은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접근성 개선, 수수료 무료 혜택 확대, 비대면 상품 출시 등 기존 전통적인 영업방식에 머물러있던 시중은행의 변화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각에서 ‘메기’가 아닌 ‘큰 미꾸라지’ 정도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의 주요 설립 취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인데, 해당 임무를 제대로 달성 못 했다는 비판이 크다.
지난해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잔액 기준)을 기록한 건 토스뱅크(40.4%)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내세웠던 목표치인 42%에는 미달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목표치(25%)를 소폭 넘어선 25.4%, 25.1%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이들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여전히 높다. 지난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액보다 고신용자 대출 증가분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뿐 아니라 고신용자에게도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1월 인터넷은행 3사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서민 금융 제외)는 6.35~8.22%로 5대 은행(5.85~6.43%)을 웃돌았다. 고신용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연 6.43%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 평균치(6.3%)보다 0.13% 포인트 높았다.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점포 운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점을 이용해 사실상 수수료만 조금 깎아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며 “인터넷은행이 혁신을 위한 노력보다는 기존 은행처럼 예대마진에 치우진 영업구조에 천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메기로 화려한 부활 꿈꾸나?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의 기존 패러다임을 답습하는 등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깰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도 사실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인터넷은행과 주요 핀테크 대표를 만나 “책임 있는 금융 혁신을 통해 은행산업의 건전한 경쟁과 금융소비자의 편익 제고를 위한 혁신 촉진자로 자리매김을 해달라”고 언급했다.
인터넷은행도 최근 상황을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업계는 금융당국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비중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아닌 ‘공급액’으로 기준을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연체율이 악화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정말 은행권의 ‘경쟁 촉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즌2를 꿈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혁신의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저 규제만 풀어주면 시중은행 ‘2중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비판이다. 류 교수는 “일단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해줘서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 인터넷은행은 CSS 고도화 등 최소한의 노력과 투자도 안 하는 게 문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안전한 장사’로 수익을 내는 데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수익구조 등에서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보인 사례가 많다. 영국 버드(Bud)는 개인별 성향·상황에 알맞은 맞춤형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마이뱅크는 상인·농민 등 금융 사각지대를 공략했고, 일본 세븐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사업구조를 활용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